[신문과 놀자!/과학이 보이는 CSI]엄마는 내가 거짓말한 것을 어떻게 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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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학원에 가던 초등학교 5학년 A 군 눈에 갑자기 PC방이 들어왔다. 아빠가 심부름을 했다고 주신 돈도 있고 학원 시간까지 30분의 여유가 있어 PC방에 갔다. 게임을 잠깐만 하고 나오려고 했는데 너무 재미있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게임을 하는데 엄마한테서 전화가 왔다. 놀라 전화를 받았더니 엄마는 “지금 어디냐”고 물으셨다. 깜짝 놀라 시계를 보니 학원 마치고 집에 가야 할 시간이었다. “지금 집에 가는 중”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부지런히 집으로 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엄마는 “정말 학원을 갔었냐”고 하셨다. A 군은 “네, 학원에서 오는 길이에요”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엄마는 “거짓말이지?”라고 하셨다. A 군은 엄마에게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었다. 엄마에게 야단맞고 가만히 생각하던 A 군은 평소 때와 똑같이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 거짓말하는 것을 엄마가 어떻게 아셨을까 궁금해졌다. 엄마는 거짓말 탐지 기술을 갖고 계신 것은 아닐까? A 군은 거짓말을 측정하는 거짓말 탐지기가 무엇인지 궁금해져 조사를 시작했다.

거짓말을 하면 사람에게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는 아주 오래전에 밝혀졌다. 기원전 250년경 그리스의 내과 의사 에라시스트라투스는 사람이 거짓말을 하면 심장박동 수가 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한다. 또 중국에서는 미시법이라는 특이한 심문 방법이 있었다. 심문할 때 마른 쌀가루를 입속에 물게 하고 질문에 답하게 한 다음 쌀가루가 말라 있으면 유죄로 판단하고, 젖어 있으면 무죄로 판단했다고 한다. 이것은 거짓말을 하면 긴장을 해서 침의 분비가 줄기 때문에, 입안의 쌀가루가 건조한 상태로 있을 것이고, 사실대로 말했다면 침의 분비가 정상적이라 젖어 있을 것이라는 원리가 적용된 것이라고 한다.

근대에 들어와서는 1880년 이탈리아의 범죄학자 체사레 롬브로소가 거짓말을 할 때 혈관에 흐르는 혈액의 양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 추정했다. 실제로 용의자의 맥박을 측정해 보니 거짓 증언을 한 경우 맥박이 빨라진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A 군은 거짓말을 하면 우리 몸에서 이런 변화가 생기는 것을 발견한 과학자들에게 감탄하며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계속했다.

1915년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마스턴이 혈압 변화를 이용해 처음으로 현대적인 거짓말 탐지기를 고안했고, 1921년 미국의 경찰관이자 법의학자인 존 라슨은 지금의 거짓말 탐지기와 비슷한 장치를 개발했다. 이 장치는 호흡, 맥박, 혈압 등을 동시에 연속으로 측정해서 범인이 거짓말을 하는지를 밝혀내는 데 이용되었다고 한다. 그 후 여러 연구자가 이 장치를 발전시켜 호흡, 피부 전기 반응, 혈압, 맥박을 동시에 연속으로 측정하고 기록할 수 있는 거짓말 탐지기를 완성해 지금 범죄 수사에 사용하고 있다.

○ 우리가 거짓말을 하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사람에겐 감정에 따라 심장 운동, 호흡, 땀이나 소화액 분비 등의 생리 작용 변화가 생긴다. 이런 생리 작용은 외부 자극이 없으면 안정 상태를 유지하지만, 감정이 급격히 변해 신경계를 자극하면 특이한 반응이 일어난다. 화가 나면 얼굴이 붉어지고, 흥분하면 가슴이 두근거리며, 긴장을 하면 땀이 나는 현상 등이 나타나는 것처럼 고의로 거짓말을 할 때는 발각될지 모른다는 염려 때문에 호흡, 피부 전기 반사, 혈압, 맥박의 변화가 나타난다. 거짓말 탐지기는 이와 같은 변화를 기록한다.

○ 거짓말 탐지기로 해결한 사건


우리나라에서는 1960년대에 거짓말 탐지기를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지만 수사에 많이 활용되지 않았다. 1981년 이윤상 학생(당시 14세)의 유괴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1980년 11월 사건이 일어났는데 한 해를 넘길 때까지 사건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계속 수사를 해 나가던 중, 거짓말 탐지기로 용의자 가운데 범인을 지목할 수 있었다. 당시 이윤상 학생은 집에서 나갈 때 장갑을 끼고 있었고, 그 색상이나 형태에 대해서 그 어머니는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어서 장갑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장갑에 대해 아는 사람은 엄마와 범인뿐이라 경찰은 납치 당시 꼈던 것과 비슷한 장갑 8개를 준비했다. 장갑을 나열해 놓고 용의자들에게 차례대로 보여주며, 이윤상 학생이 꼈던 장갑과 색상이 같으냐는 질문을 하면서 거짓말 탐지기로 검사했다. 범인은 그 장갑의 색상과 형태를 알고 있기 때문에 이 질문에서 남다른 반응을 나타냈다. 이 방법은 거짓말 탐지기를 사용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친숙한 것과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사람의 반응이 다르다’는 사실을 이용한 것이다.

○ 새로운 거짓말 탐지 기술


최근에는 거짓말 탐지기에 또 다른 많은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동공의 변화를 측정하고, 뇌파를 검사하는 것이 여기에 속한다. 뇌파는 뇌가 알고 있는 사실을 보여주면 순간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범죄 현장의 사진 등을 보여줄 때 용의자에게서 뇌파가 발생되면 거짓말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외에도 안면의 온도를 측정하여 거짓말 여부를 판정하기도 하고, 자기공명영상(MRI) 기기로 뇌의 사진을 찍어 뇌의 어떤 부위에 변화가 있는지를 검사하면 거짓말 여부를 판정할 수 있다. 우리가 수학 문제를 풀면서 어려워서 끙끙할 때 MRI 기기로 뇌의 사진을 찍으면 뇌가 활성화가 되어 빨갛게 변한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거짓말을 해도 이렇게 변화가 생긴다고 한다. 그러나 장비와 더불어 중요한 것은 범죄 사실과 연결하여 정확한 질문을 하면서 거짓말 여부를 판정하는 검사관의 경험과 능력이라 하겠다.
 
정희선 충남대 분석과학기술대학원 원장
#거짓말#탐지기#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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