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강남패치 계정을 운영한 회사원 정모 씨(24·여)는 압수수색을 나온 경찰에게 이같이 말했지만, 정 씨의 휴대전화에서는 ‘강남패치’에 게재됐던 것과 똑같은 사진과 글들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정 씨는 5월 초 강남패치 계정을 만들어 제보를 받고 100여 명의 사진과 과거 경력 등 개인 신상과 관련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30일 불구속 입건됐다.
정 씨는 주로 유흥업소 종사자나 연예계, 스포츠계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과거 유흥업소에 종사한 경력이 있다’ ‘스폰서가 있다’는 식의 내용을 ‘강남패치’에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정 씨는 ‘유흥업소 여성’이라며 100여 명의 신상을 공개했는데, 무고한 피해자가 잇따랐다.
한 피해 여성은 “(‘강남패치’를) 주변 사람들도 보고 연락 온 사람도 많았고 제가 업소를 다니면서 남성에게 돈 받고 사치 한다고…”라며 억울해했다.
사진=채널A 캡처
단역배우 출신인 정 씨는 “사회적 박탈감 때문에 범행을 시작했다”고 진술했다. 평소 자주 가던 강남 클럽에서 한 기업 회장의 외손녀를 보고 박탈감과 질투를 느꼈다는 것.
정 씨는 ‘강남패치’ 계정이 피해자들의 신고로 사용이 정지되자 30여 차례 계정 이름을 바꿔가며 운영을 계속하기도 했다.
‘강남패치’를 보고 남성들을 타깃으로 개인 신상을 폭로한 ‘한남패치’ 운영자도 검거됐다.
명예훼손과 협박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한남패치’ 운영자 양모 씨(28·여)는 자신의 성형 수술을 망친 남성 의사에 대한 앙심 때문에 범행을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양 씨는 2013년 성형수술 부작용으로 5차례나 재수술을 하는 등 부작용에 시달렸으며, 스트레스로 몸무게가 급격히 불어나고 우울증과 불면, 불안 증상에 시달렸다고 진술했다. 그 시기 강남패치에 제보된 글들을 읽은 그는 ‘겉과 속이 다른 사람들 너무 많다’고 느꼈고, 이에 자신을 수술한 성형외과 의사를 떠올리며 ‘비양심적인 남성들을 폭로 하겠다’는 마음으로 ‘한남패치’를 개설했다고 진술했다.
역시 무고한 피해자들이 쏟아졌다. 한 남성 피해자는 “‘내가 젊은 아가씨나 아줌마들에게 돈을 뜯고 다닌다. 여자들 피 빨아먹고 다닌다’ 이런 글을…(올렸더라)”고 말했다.
경찰은 또한 조사 과정에서 ‘한남패치’ ‘강남패치’ 계정 등에서 사진과 글을 옮겨와 공개한 뒤 삭제를 요청하는 피해자에게 금품을 요구한 혐의로 인터넷 블로그 운영자 김모 씨(28)도 추가 검거했다.
한편 최근 ‘강남패치’, ‘한남패치’ 뿐 아니라, 지하철 임산부석에 앉은 남자들 신상을 파헤치는 ‘오메가패치’, 성병걸린 사람들 신상을 파헤치는 ‘성병패치’까지, 일반인들 사생활을 폭로하는 SNS 계정들이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이에 대해 이나미 심리분석연구원 원장은 “사람들을 깎아내리면 스스로가 상당히 힘있는 사람, 도덕적인 사람, 우월한 사람 같은 착각, ‘소영웅주의에’에 빠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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