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건조 국가 핵심기술’ 中에 넘기려던 전직 임원 등 검거

자신이 근무했던 회사의 선박 건조 기술을 중국 업체에 넘기려던 전직 임원 등이 경찰에 검거됐다.

경남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31일 중국 업체에 선박 건조 기술 도면과 사진 등을 넘기려 한 혐의(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김모 씨(58)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중국 다롄(大連)의 STX다롄 현지법인 책임자였던 김 씨는 지난해 10월 중국의 동종업체인 다롄조선중공(DSIC)으로부터 부탁을 받고 ‘대형 선박 육상건조공법(SLS공법)’의 장비 도면과 세부 사진, 운영 방법 등을 취득한 혐의를 받고 있다.

STX가 2006년 자체 개발한 SLS 공법은 육상에서 선박을 2개 부분으로 나눠 건조한 뒤 바지선 위에서 조립해 물에 띄우는 방식으로 별도의 도크가 필요 없다. DSIC는 지난해 법정관리 중이던 STX다롄으로부터 완성되지 않은 배 3척과 강재(鋼材)를 분할 매입한 뒤 선박 진수를 마치기 위해 SLS 공법의 기술 이전을 STX에 요구했으나 거절당하자 김 씨에게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2013년 6월 STX다롄에서 퇴직해 현재는 부산에서 STX 협력업체를 경영하고 있다. 김 씨는 이들 자료를 STX다롄에서 기술자로 일한 4명으로부터 휴대용 외장하드나 문서로 건네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 씨는 자료를 DSIC에 넘기고 사례를 받을 계획이었으나 산업통상자원부에 ‘국가 핵심기술 여부 사전 판정 신청서’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정보당국에 포착됐다. 김 씨는 SLS공법을 입수한 뒤 국가 핵심기술인지의 여부를 확인하려 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기술 소유권자인 STX를 배제한 채 이런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올 2월부터 수사를 벌였다”며 “제 3자의 핵심기술 유출 뿐 아니라 취득도 위법”이라고 말했다. STX는 2007년 중국에 법인을 설립했지만 2013년 조선 경기 불황으로 조업 중단과 철수를 결정했다.

창원=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