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노인 우울증의 심각성을 지적한 6월 16일자 동아일보를 읽고 충남의 한 농촌에서 개인의원을 운영하는 의사로서 일정 부분 책임을 통감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전국에서 10만 명당 우울증 환자가 가장 많은 곳이 충남이라는 사실을 접하고 의사로서 몇 가지 느낀 점을 적고자 한다.
본인은 비정신과 의사이지만 시골 지역의 경우 정신건강의학과가 거의 없어 우울감, 불면, 만성피로 등 우울증 증세를 호소하는 환자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하지만 이들의 고통을 들어주고 치료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현행 건강보험공단 우울증 약 사용 고시에는 비정신과 의사는 우울증 약을 두 달 이상 처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도시 지역과는 달리 시골 지역은 정신과 질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존재한다. 게다가 정신과 병·의원이 거의 없어 접근이 어렵고 우울증 검사도구 등도 보험 적용이 안 돼 검사 비용도 비싸다. 따라서 농촌의 경우 비정신과 의사에게도 항우울제 사용 제한을 폐지해야 한다.
필자는 이런 불합리한 규정을 개선해 달라는 요청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수차례 촉구했으나 담당자들의 무성의로 번번이 무산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세계 최고의 자살률을 줄여보자는 정부나 사회단체 등의 구호가 공허하게 들려올 뿐이다.
우울증의 심각성과 자살률을 범국가적 차원에서 인식해 지금까지 수없이 개선책이 나왔지만 일선에서 진료를 담당하고 있는 의사들의 긍정적 역할 찾기와 격려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전에 많이 사용했던 삼환계, 항우울제 등은 약의 부작용이 많아 비정신과 의사들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항우울제 사용을 주저했으나 최근 개발된 선택적 약들은 부작용도 적고 효과도 좋아 비정신과 의사가 사용해도 큰 무리가 없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이들 약제 값이 비싸서 비정신과 의사의 사용을 제한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불어 대한신경정신의학회도 책임을 면키 어렵다. 학회가 앞장서 이런 불합리한 것을 해결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서의 기본 책무를 방기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혹여 의사들끼리의 ‘밥그릇 싸움’이 아닌지 묻고 싶다.
새로 개발되고 부작용도 많이 개선된 효과 좋은 항우울제 약들을 비정신과 의사들도 기간에 제한 없이 처방하게 해야 한다. 우울증 예방 사업과 자살률 줄이기 사업에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앞장서고 의사들이 헌신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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