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동결에 사립대 적립금 2년 연속 감소…누적적립금 1위 홍익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31일 23시 18분


전국 사립대의 누적 적립금이 2년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난으로 적립금이 줄어들면 대학 교육의 질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1일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전국 4년제 대학의 주요 현황을 대학알리미에 공시한 결과 2015년 기준 전국 150개 사립대의 교비회계 누적 적립금은 7조9591억 원으로 2년 연속 감소했다. 2014년(8조564억 원)에 비해 1.2%(973억 원) 줄었다.

이는 대학 등록금 동결 또는 인하 기조가 이어지면서 재정난으로 대학이 기존의 적립금을 인출해 운영자금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적립금이 줄어들면 대학이 본연의 목표인 교육에 투자할 여력이 줄어든다. 한 지방 사립대 총장은 “적립금은 대학의 미래를 위한 종자돈이기 때문에 적립금의 투자 운용을 통해 재정에 도움을 주는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며 “또 해외의 명문 대학들은 거액의 적립금을 보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투자 수익으로 교육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5년 기준으로 미국 하버드대는 365억 달러(약 40조7300억 원), 예일대는 256억 달러(약 28조5700억 원)의 적립금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공시 결과를 보면 전국 대학 중 홍익대의 적립금이 7172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이화여대 7066억 원, 연세대 5210억 원, 수원대 3588억 원, 고려대 3438억 원 등 순으로 나타났다.

대학들은 특히 우리 사회에 적립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크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학생이 낸 등록금을 쓰고 남겨 거액의 적립금을 쌓았다는 오해가 많다는 것.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대학은 학생 1인당 교육비로 등록금보다 더 많은 돈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등록금 중 남은 돈을 적립한다는 것은 오해”라며 “적립금의 주 수입원은 기부금이고, 법적으로 등록금 재원으로 적립 가능한 것은 교육시설의 감가상각분 이내에서만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정난으로 등록금 인하 여력이 없다고 하면서도 대학이 여전히 거액의 적립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재정 상황이 어려우면 대학별로 많게는 수천 억 원에 달하는 적립금을 교육에 바로 투자하거나 등록금 부담을 줄이는 데 사용할 수 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는 것. 건축적립금(3조5266억 원·44.3%), 장학적립금(1조3792억 원·17.3%), 연구적립금(7364억 원·9.3%), 퇴직적립금(690억 원·0.9%) 등 사용처가 분명히 정해진 적립금에 비해 목적이 불분명한 기타적립금(2조2479억 원·28.2%)의 비중이 큰 것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다른 적립금은 모두 전년에 비해 줄었지만 대학이 언제든 교육활동에 바로 투자할 수 있는 기타적립금은 2.1% 증가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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