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의 사법부… 정운호에 억대수수 혐의 현직 부장판사 영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일 03시 00분


검찰 “또 다른 부장판사들도 유착 비리 의혹”
김수천 판사 ‘공짜 외제차’ 등 인정… 檢 “심리상태 불안정해 긴급체포”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 이원석)는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전 대표(51·수감 중)로부터 1억7000만 원대 금품을 받고 네이처리퍼블릭에 유리한 판결을 내려준 혐의로 인천지법 김수천 부장판사(57·사법연수원 17기)에 대해 1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4월 촉발한 ‘정운호 게이트’와 관련해 현직 부장판사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달 31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다 이튿날 오전 2시 반 긴급 체포됐다. 검찰 관계자는 “김 부장판사가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보여 긴급 체포했다”고 말했다. 김 부장판사는 금품 수수 관련 사실관계는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장판사는 비공개로 소환돼 취재진의 눈을 피했다. 검찰이 현직 부장판사에 대해 ‘과잉 배려’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부장판사는 2004년경 한 법조인의 소개로 점을 빼러 성형외과를 찾았다가 정 전 대표와 친분이 깊은 성형외과 원장 이모 씨(52·구속 기소)를 만났다. 이후 김 부장판사는 정 전 대표, 이 씨 등과 교분을 가지며 베트남 여행을 다닐 정도로 가까워졌다. 여행 경비의 상당 부분은 정 전 대표 측이 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정 전 대표 측이 발행한 100만 원권 수표 5, 6장을 받은 혐의도 있다.

김 부장판사는 네이처리퍼블릭의 유명 상품을 위조해 판매한 일당들이 상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의 항소심을 맡았는데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했다. 검찰은 김 부장판사가 정 전 대표로부터 받은 경제적 이익이 양형에 영향을 줬다고 보고 있다. 네이처리퍼블릭이 협찬한 미인대회에 나온 김 부장판사의 딸을 1등으로 선정하도록 정 전 대표가 심사위원들에게 로비를 했다는 의혹도 있다. 하지만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조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 부장판사 외에 정 전 대표와 브로커 이민희 씨(56·구속 기소)와의 교분을 중심으로 유착 의혹이 제기된 다른 부장판사들의 출입국 기록도 확인하고 있다.

정 전 대표와 최유정 변호사(46·구속 기소)의 수임료 분쟁에서 촉발한 정운호 게이트에서 전관(前官) 변호사, 브로커, 검찰 수사관, 경찰, 현직 판검사 등의 비리가 차례로 드러났다. 하지만 “여전히 정운호 게이트의 전모가 드러나지는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정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정 전 대표나 이 씨가 TV 아나운서나 가수, 판사 등 다른 고위층 인사와 해외여행을 다녀왔다’거나 ‘특정 정치인과 유착했다’는 의혹이 여전히 많은데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는 것 같지 않아 의아하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 전 대표 등이 세간의 눈을 피하려고 출국 일정을 일부러 다르게 해서 해외로 나간 적도 있다”고 했다.

장관석 jks@donga.com·배석준 기자
#사법부#정운호#부장판사#김수천 판사#외제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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