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앞두고 주문량 절반으로 줄며… 법성포 대형 굴비업체 2곳 문닫아
소포장 선물세트 등 대안마련 고심
참조기 가격 상승과 ‘김영란법’ 시행 등으로 전남 지역 특산물인 굴비 매출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이 지역 어민들이 굴비를 손질하는 모습. 동아일보DB
“올 추석 굴비 주문량이 평소 명절 대목에 비해 절반 정도 줄었습니다. 막막합니다.”
굴비의 본고장인 전남 영광이 최근 ‘삼중고’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굴비 원재료인 참조기 가격 상승과 경기 침체 영향에다 최근에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 분위기까지 겹친 탓이다.
영광군이 올 6월 지역 굴비업체의 매출액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총 매출액이 3000억 원으로 2014년 3500억 원에 비해 500억 원(15%) 줄었다고 4일 밝혔다. 영광지역 굴비업체는 올 6월 465곳으로 2014년(496곳)보다 7%(31곳) 감소했다. 굴비업체당 평균 매출액도 2014년 3억8000만 원(20.9t)에서 지난해 3억4000만 원(17.4t)으로 줄었다.
영광 굴비업체들의 지난해 매출액이 감소한 것은 원료인 참조기 가격이 상승한 게 직접적인 요인이었다. 어족자원 고갈로 어획되는 참조기량이 감소하면서 최근 2, 3년 사이 가격이 두 배 정도로 폭등했다. 굴비업체 관계자들은 “21cm 크기 참조기 135마리가 1, 2년 전에는 18만 원에 거래됐지만 지금은 40만 원을 넘어서고 있다”고 호소했다.
굴비업체는 참조기 가격 폭등에도 불구하고 굴비 판매가격을 10∼30% 정도밖에 인상하지 못했다. 가격이 너무 오르면 굴비 판매량이 급감할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이다. 큰 참조기가 많이 잡히지 않아 굴비는 1cm 크기 차에도 가격 차가 크다.
추석이나 설 명절 때 애용된 선물용 굴비는 22cm 크기 10마리로 영광 법성포 산지 가격은 7만∼10만 원이지만 백화점, 대형마트에서는 10여만 원에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들은 선물용 굴비를 가족 생일이나 제사 등에 많이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불황 여파로 선물용 굴비 판매가 많이 줄어드는 추세다.
설상가상으로 올 추석 대목에는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굴비 주문이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하는 것 같다고 영광 굴비업체들이 애로를 토로하고 있다. 영광 굴비업체들은 전체 판매량의 88% 정도를 추석과 설에 판매할 만큼 명절은 대목이다. 하지만 영광굴비특품사업단은 올 추석 선물용 굴비를 포장하는 스티로폼이나 포장지 판매가 평년의 절반 수준이라고 걱정했다.
법성포의 한 굴비업체 사장 정모 씨(53)는 “명절 때 굴비를 구입하던 사람들이 김영란법에 걸린다고 아예 주문조차 하지 않거나 일부는 4만9000원짜리 선물세트를 찾고 있다”고 했다. 정 씨는 또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공직사회 등이 빠르게 변화 또는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근 이 같은 삼중고로 법성포의 대형 굴비업체 두 곳이 문을 닫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영광군 등은 김영란법 시행에 맞춰 4만9000원대 굴비 선물세트를 마련하고 고급 포장재를 줄이는 등 대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영광군 관계자는 “선물세트에 굴비 10마리 대신 5마리만 넣는 소포장을 하거나 큰 굴비 1, 2마리에 영광 젓갈을 함께 포장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했다.
한편 전남도는 완도 고흥 신안 장흥 여수 등 전남 5개 시군 어가 571곳에서 적조와 고수온 등으로 전복 등 어패류 714억 원어치가 폐사했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정확한 폐사 원인은 추석 이후 나올 예정이라고 밝혀 어민들도 명절 대목을 망연자실한 채 보내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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