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탐사기획/프리미엄 리포트]
스스로 목숨 끊은 121명중 59명 과거 ‘가족의 극단적 선택’ 경험
“사회문제로 인식… 대책 세워야”
자살은 한 사람의 죽음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심리부검센터가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121명의 유가족을 상담 조사한 결과 자살자의 절반가량(59명·49%)은 그전에 자살을 시도했거나 실제 자살한 가족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뿐만이 아니었다. 동아일보가 세계 자살 예방의 날(10일)을 맞아 자살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을 취재한 결과 혈연관계는 물론이고 연인, 직장 동료와 친구, 자살을 마주하는 경찰관과 소방관까지도 자살의 직간접적인 영향권 안에 들어 있었다. 미국의 정신건강 전문가 오드라 니퍼 씨는 1999년 ‘한 사람의 자살이 최대 28명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논문을 내기도 했다.
자살은 나비의 날갯짓처럼 작은 것으로 치부하기 쉽지만 그 주변인에게는 무시하지 못할 증폭 효과를 낳는다. 중앙심리부검센터가 지난해 성인 1467명을 조사한 결과 296명(20%)이 가까운 지인의 자살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경험자 세 명 중 두 명은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했다고 했다. 본보가 인터뷰한 자살자들의 수많은 주변인 역시 “‘나도 따라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고백했다.
이렇게 자살의 영향력이 심각한데도 정부의 자살예방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 대책도 막연한 예방에 집중돼 있을 뿐 자살자 주변인에 대한 관리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우리나라가 13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것은 ‘정부의 무관심’ 때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신은정 중앙자살예방센터 부센터장은 “자살은 결코 개인적, 심리적 문제가 아니다”라며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 자살 유경험자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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