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국민 25%는 ‘여야의 정쟁 격화’가 사회갈등을 악화시킨다고 꼽았다. ‘정치 리스크’가 사회갈등의 주범이라는 얘기다. 반면 국회의원은 15%가량만 동의했다. 그 대신 국회의원의 53%는 ‘경제적 빈부격차 확대’가 사회갈등을 악화시킨다고 지목했다. 일반 국민이 사회갈등 악화 요인으로 ‘경제적 빈부격차 확대’를 꼽은 비율은 29%였다. 국민은 경제적 양극화 못지않게 정치적 양극화를 우려한 반면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책임보단 경제가 문제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동아일보가 3일 국민대통합위원회로부터 입수한 ‘국민통합에 관한 국회의원 의식조사’에 따르면 정치권이 국민통합에 끼친 영향을 두고 일반국민의 42.7%는 ‘매우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반면 의원들은 24.9%만이 ‘매우 부정적’이라는 데 동의했다. 정치권이 스스로의 잘못에 상대적으로 관대하다는 의미다. 대통합위가 20대 국회 출범 후 의원 188명, 일반 국민 10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의원과 일반 국민은 원인 분석이 다른 만큼 ‘국민통합을 위한 시급한 과제’를 두고도 인식 차이를 보였다. 일반 국민의 26.5%는 ‘당파적 정치 갈등과 좌우 진영대결 해소’를 시급한 과제로 꼽은 반면 같은 항목에 의원은 17.1%가 공감을 표시했다.
‘식물국회’로 불린 19대 국회에 대해서도 20대 국회의원들의 평가는 관대했다. 부정적 평가는 47.8%로 절반을 넘지 않았다. ‘보통’이라는 응답이 36.4%, ‘긍정적’이라는 답변은 15.8%였다.
다만 20대 국회의원들도 ‘19대 국회가 국민통합 측면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여야 갈등(46.9%)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의원들은 20대 국회의 핵심 과제로 △양극화 해소(29.9%) △갈등조정 및 협치(24.1%) △경제 성장(10.9%)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20대 국회 첫 정기국회 개회일부터 여야는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회사를 두고 극한 정쟁을 벌이는 등 인식과 행동의 ‘불일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권이 문제의 핵심을 알면서도 대안 없이 갈등하며 구태를 답습하는 답답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른 개헌 논의에 대해서는 의원 87.2%가 찬성했다. 정당별로 개헌 논의에 찬성하는 비율은 △국민의당(95.0%) △더불어민주당(92.3%) △새누리당(71.8%) 순이었다. ‘복지 확대를 위한 증세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도 찬성(83.1%)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동성 간 결혼의 법적 허용’에는 반대(70.4%)가 다수였고, 고교 평준화를 개선하는 ‘수월성 교육 강화’에는 찬성(44.1%)과 반대(55.9%)가 팽팽하게 맞섰다.
의원들은 본회의 표결 시 ‘개인의 소신’(46.2%)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그러나 ‘당론이 표결에 끼치는 영향력이 크냐’는 질문에 77.2%가 ‘그렇다’고 했다.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은 “‘국민 대표’라는 이상적인 소신과 당론을 중시하는 현실 정치 사이에서 드러나는 모순”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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