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땀 한땀… 수제화-가죽 청년장인 육성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5일 03시 00분


서울 성동구 혁신센터 38명 교육
기술-창업지원… ‘구두메카’ 활성화… 市도 아카데미 개설해 인력 양성

8월 31일 서울 성동구 성동지역경제혁신센터 수제화 공방에 모인 예비 청년장인들이 가죽으로 지갑을 만들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8월 31일 서울 성동구 성동지역경제혁신센터 수제화 공방에 모인 예비 청년장인들이 가죽으로 지갑을 만들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수업 시간이라 하기에는 조용했다. “텅, 텅, 텅” 이따금씩 가죽을 길들이는 공구 소리만이 들렸다. 수강생들의 눈길은 지갑을 만들 가죽을 진지하게 응시했다. 온 정신이 손끝 동작 하나하나에 집중되어 있었다. 지난달 31일 서울 성동구 성동지역경제혁신센터 수제화 공방에 모인 가죽공예 교육생 9명은 동전지갑과 장지갑을 만들고 있었다. 유지혜 강사(28·여)는 수강생들이 가죽 잔털을 제거하고 뒷면 마감 작업을 마칠 수 있도록 한 명씩 세심하게 지도했다.

올해 4월 성동구가 개관한 이 센터에는 수제화 교육생 18명, 가죽공예 교육생 20명이 등록했다. 33명(87%)이 20, 30대다. 취미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수제화 장인, 가죽공방 창업을 꿈꾸고 있는 ‘청년장인’들이다. 수강생 김나은 씨(23·여)는 “가죽공예 공방을 열어 내가 디자인한 작품을 사람들에게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수강생들은 일부 재료비만 내고 6, 7개월간 수업을 듣는다.

성동구가 젊은 장인을 육성하는 이유는 ‘성수동’이란 지역적 자산 때문이다. 성수동에 자연스럽게 수제화 업체가 수십 년간 터를 잡으면서 1980년대만 하더라도 900여 개의 업체가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중국산 제품이 구두 시장을 차지하고, 영세업체 혹은 개인의 기술만으로 살아남기 어려워지면서 350개로 줄어들었다.

성동구가 조례를 통해 선정한 ‘수제화 명장 1호’ 유홍식 씨(67)는 “불합리한 유통망을 줄이고 장인이 기술만으로도 잘 먹고살 수 있다는 인식을 우리 사회가 심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초등학교 6학년 때 광주에서 서울로 올라와 명동 제화에서 기술을 배웠다. 이후 짚신을 꼰 듯한 독특한 디자인으로 호평을 받았다. 유 씨는 “1970∼1972년 3년 동안 세계기능대회 제화부문에서 한국 장인들이 1등을 할 정도로 우리는 손기술이 좋다”며 “젊은 장인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이 분야를 배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방 옆에는 성수동 업체들 중 7군데를 선정해 구두를 전시해 놓았다. 해외 및 국내 바이어들이 편안하게 제품을 구경할 수 있도록 성동구가 만든 갤러리 카페 ‘수다’다. 커피를 마시면서 제품을 둘러보고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수제화면 비쌀 것 같지만 합리적인 가격의 수제화를 만날 수 있다. 추석 명절을 맞아 매장 외부에는 6만∼10만 원대의 수제화도 판매 중이다.

청년장인들이 2, 3년간의 도제 기간을 잘 견딜 수 있도록 서울시도 지원에 나섰다. 5일 서울시는 제조업 부문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서울 수제화 아카데미 디자이너 MD교육과정’을 개강한다고 밝혔다. 7, 8월 공고를 통해 교육생을 모집해 서류전형과 면접을 거쳐 16명을 최종 선발했다. 디자인, 일러스트레이션, 머천다이징(MD), 브랜드매니지먼트 등 4개 분야로 5일부터 12월까지 총 16주간 성수IT종합센터 내 제화교육장에서 진행한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수제화#가죽#청년장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