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 부장검사(예금보험공사 파견)가 고교 동창 사업가 김모 씨에게서 수사 무마 대가로 1500만 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나와 대검찰청이 2일 감찰에 착수했다. 올해 4월 60억 원대 사기 혐의로 고소된 김 씨는 서울서부지검에 “김 부장의 스폰서였고, 1500만 원을 김 부장에게 빌려줬으나 받지 못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김 부장검사는 김 씨로부터 도움을 요청받자 4월 서부지검 수사 담당 검사 및 부장검사와 식사자리까지 마련했다.
김 부장검사는 김 씨에게 빌린 돈을 갚았다고 주장하지만 당당히 갚을 돈이라면 왜 올 2월과 3월 술집 종업원 계좌와 A 변호사의 부인 계좌를 통해 돈을 받았는지 의문이 생긴다. 그보다는 사업하는 동창이 검사 동창에게 수시로 향응·접대를 하는 ‘스폰서’ 역할을 했고,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방패막이가 돼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서부지검은 자체 조사 결과 실제 청탁이 오간 것은 없다고 밝혔으나 이 역시 석연치 않다. 김 부장검사가 괜히 담당 검사와 식사자리를 마련하고, 6월경 또 개별 접촉을 가졌겠느냐 말이다.
대검찰청이 5월에 서부지검으로부터 김 부장검사의 비위를 보고받고도 석 달이나 감찰 착수를 미룬 것도 납득되지 않는다. 대검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더 명확히 조사할 것을 지시했고, 서부지검에서 2일 상세한 보고를 해서 감찰에 착수했다고 해명했지만 군색하다. 적당히 깔아뭉개려다가 지난달 영장이 청구된 김 씨가 ‘스폰서 검사’를 폭로하고 다니자 부랴부랴 감찰에 착수한 게 아닌가. 김 부장검사는 검사 출신인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외동사위다. 대검이 검찰 대선배인 박 전 의장을 의식해 감찰에 소극적이었을 가능성도 크다.
스폰서 검사는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만큼이나 고질적인 비리다. 2010년 스폰서 검사 사건 때문에 특임검사제가 도입됐고 천성관 당시 검찰총장 후보자는 낙마했다. 그런데도 스폰서 문화가 남아있다니 지난달 31일 대검이 발표한 ‘법조비리 근절 및 청렴 강화 방안’이 무색해진다. 이번 감찰도 돈을 준 사람의 폭로가 없었으면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 김수남 검찰총장이 관련 보고를 못 받았다면 ‘바지저고리 총장’이고, 알고도 감찰을 미적거렸다면 개혁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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