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별별과학백과]점점 많아지는 문어-오징어, 진화의 비밀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7일 03시 00분


○ 문어, 오징어가 늘고 있다!

사람이 바다를 오염시키고 물고기도 마구 잡아들이면서 많은 바다 생물의 수가 줄고 있다. 그런데 최근 다른 바다 생물들과 달리 두족류의 개체수가 점점 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호주 애들레이드대 연구팀은 갑오징어, 문어 등 전 세계 바다에 사는 두족류 중 35종의 개체 수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1953년부터 2013년까지 60년 동안 모든 종이 꾸준히 증가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동안 다른 바다 생물 개체 수가 절반 이상 줄어든 것과 반대되는 결과였다.

연구팀은 두족류의 개체 수가 증가한 원인을 여러 가지로 추측하고 있다. 첫 번째 원인은 지구온난화다. 대부분의 문어와 오징어는 수온 15도 이상의 따뜻한 바다에서 번식하고 생활한다. 즉, 지구온난화로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면서 두족류가 살 수 있는 터전도 넓어지고, 두족류의 번식률도 높아진 것이다.

사람이 문어와 오징어의 포식자인 상어와 곰치 등을 마구 잡은 것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상어는 40년 동안 전체 종의 4분의 1이 멸종 위기에 처할 만큼 그 수가 크게 줄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조 더블데이 박사는 “두족류는 주변 환경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며 산다”며 “두족류 연구는 바다 환경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고 말했다.

○ 5억 년 동안 진화한 두족류


두족류는 머리에 다리가 달린 동물이라는 뜻으로 지어진 이름이다. 보통 우리가 머리라고 부르는 곳은 실제로 내장기관이 들어 있는 몸이다. ⓒkaycircle
두족류는 머리에 다리가 달린 동물이라는 뜻으로 지어진 이름이다. 보통 우리가 머리라고 부르는 곳은 실제로 내장기관이 들어 있는 몸이다. ⓒkaycircle
사실 두족류는 지금으로부터 약 5억 년 전 바다를 지배한 생물종이다. 당시엔 지구에 물고기가 등장하기 전으로, 바다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생물종이 두족류였다. 하지만 당시 두족류는 오늘날 문어, 오징어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오히려 앵무조개와 비슷하게 생겼다.

오늘날의 모습이 되기까지 두족류는 딱딱한 껍데기가 점차 사라지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초기 두족류인 노틸로이드는 나선형으로 생긴 딱딱한 껍데기 속에 부드러운 몸이 들어가 있는 모습이었다. 그 다음 나타난 벨렘나이트는 오징어처럼 생긴 몸속에 화살촉처럼 생긴 길고 뾰족한 뼈를 갖고 있었다.

현재 바다에 사는 대다수 두족류의 뼈는 아주 작거나 아예 없다. 포식자를 피해 빠르게 도망갈 수 있도록 딱딱하고 무거운 껍데기가 사라지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이다. 또한 노틸로이드가 11m, 벨렘나이트가 2m인 것과 비교해 몸집도 점점 작아졌다.

○ 상어 나타나면 샤샤샥! 갑오징어의 ‘은신술’

갑오징어는 천적을 피하기 위해 생체 전기 신호를 줄여 은신한다. ⓒHans Hillewaert
갑오징어는 천적을 피하기 위해 생체 전기 신호를 줄여 은신한다. ⓒHans Hillewaert
레이더나 적외선 탐지기, 음향 탐지기 등 모든 탐지망에 포착되지 않는 은폐 기술을 ‘스텔스’라고 한다. 그런데 실험 결과 갑오징어가 이런 스텔스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듀크대와 조지아서던대 공동 연구팀은 갑오징어의 은신 능력을 분석하기 위한 실험을 했다. 연구팀은 수조 안에 있는 갑오징어에게 상어의 그림자가 점점 다가오는 영상을 보여 줬다. 그전까지 지느러미를 살랑거리며 편안하게 움직이던 갑오징어는 상어 그림자를 발견하자 모든 움직임을 멈추고 촉수로 몸에 있는 구멍을 막았다. 이는 몸에서 나오는 전기 신호를 줄이기 위한 행동이다.

갑오징어는 몸에 있는 구멍을 통해 호흡이나 배설과 같은 대사 작용을 하는데, 이때 10∼30μV(마이크로볼트)의 약한 전기 신호가 나온다. 이건 AAA 건전지의 7만5000분의 1 정도 전압으로, 아주 약한 세기다.

하지만 상어는 이렇게 약한 전기 신호도 감지해 먹이를 찾아내는 능력이 있다. 그래서 상어 그림자를 발견한 갑오징어는 촉수로 몸에 있는 구멍을 막아 전기 신호를 6μV까지 낮춘다. 실제로 또 다른 실험에서 상어는 10∼30μV의 전기 신호를 발생하는 기계를 100% 찾아내 물어뜯었지만 6μV까지 신호를 낮추자 50%만 찾아냈다. 즉, 갑오징어는 상어의 레이더에 걸리지 않는 스텔스 기술을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 문어 닮은 인공피부

문어를 닮아 자유자재로 늘어나고 빛을 내는 인공피부. ⓒCornell Univ
문어를 닮아 자유자재로 늘어나고 빛을 내는 인공피부. ⓒCornell Univ
색과 모양을 자유자재로 바꾸고, 유연한 몸으로 바닷속을 누비는 문어와 오징어는 과학자들에게 관심의 대상이다. 특히 로봇을 개발하는 과학자들은 두족류를 닮은 로봇을 만들기도 한다.

최근 문어의 피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쭉 늘어나고 반짝반짝 빛을 내는 인공피부가 개발됐다. 이 인공피부는 겉으로 보기엔 얇고 불투명한 실리콘처럼 생겼다. 하지만 손으로 잡고 늘리면 밝은 빛을 낸다.

미국 코넬대 로버트 셰퍼드 교수 연구팀은 잘 늘어나는 실리콘층 사이에 빛을 내는 얇은 장치를 넣었다. 이 장치는 압력을 감지할 수 있어서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변화가 생기면 전기가 흐르면서 빛이 난다. 이 인공피부는 원래 크기의 6배까지 늘어나고, 둘둘 말거나 길고 얇게 늘릴 수 있는 등 자유자재로 모양을 바꿀 수 있다.

연구팀은 인공피부를 활용해 애벌레처럼 움직이는 로봇을 만들기도 했다. 셰퍼드 교수는 “인공피부 기술을 발전시켜 다양한 소프트 로봇뿐 아니라 자유자재로 모양을 바꿀 수 있는 디스플레이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혜림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pungnibi@donga.com

#문어#오징어#갑오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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