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오전 9시 광주 남구 진월동 광주대 앞 시내버스 정류소. 28번 시내버스가 비상등을 켜고 천천히 후진했다. 정류소에는 전동 휠체어를 탄 뇌병변 1급 장애인 고모 씨(30·여)가 홀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 운전사 마모 씨(51)는 교통체증으로 차량을 정류소를 조금 지나친 곳에 세웠다. 승객이 앞문으로 내려 고 씨가 정류소에 있는 것을 미처 보지 못했다. 마 씨는 차량을 출발시킨 뒤 사이드미러(후방 반사경)로 고 씨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마 씨는 정류소에 차량을 정차한 뒤 간이 엘리베이터인 저상버스 리프트를 내려 고 씨를 태웠다. 그는 고 씨에게 ‘죄송하다’고 말한 뒤 교통카드를 단말기에 대신 찍어 줬다. 그는 고 씨가 내릴 때까지 세심한 배려를 했다.
광주 시내버스 98개 노선 998대 가운데 장애인이 휠체어를 탄 채 탑승할 수 있는 저상버스는 29개 노선 174대다. 마 씨의 작은 배려는 고 씨가 광주복지재단 장애인그룹 모임에서 사연을 소개해 외부에 알려졌다.
광주시는 마 씨가 시내버스 운행을 하면서 교통사고를 내거나 법규 위반을 한 적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또 평소 묵묵히 맡은 바 업무를 착실하게 처리하는 성격이라는 것도 들었다. 송상진 광주시 대중교통과장은 “마 씨를 친절 운전자로 표창하고 모범운전자 해외 연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2일 오후 6시 35분 광주 광산소방서는 ‘어린아이가 원룸 4층 난간에 매달려 추락할 것 같다’는 신고 전화를 접수했다. 신고를 받은 구급대원들이 7분 만에 광산구 우산동 광산중학교 인근 원룸에 도착해 보니 아이(7)가 원룸 4층 창틀과 난간 사이에 빠져 있었다.
원룸 1층에서는 사람들이 이불 3개를 펴고 아이가 추락하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었다. 이불을 들고 있던 6명은 앳된 얼굴을 한 이모 군(15·광산중 3) 등 중학생이었다. 이 군 등 학생 6명은 학교에서 축구를 하고 귀가하다 비명을 듣고 구조에 참여했다. 나머지 3명은 인근에서 차량으로 달걀을 팔거나 세탁소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였다. 이불은 달걀 차량에 있었던 것이다.
이 군 등 9명은 원룸 1층과 담 가운데에서 이불 3개를 폈다. 행여 아이가 담으로 추락할 우려가 있어 담장 위까지 올라가 이불을 폈다. 구급대원들은 이날 오후 6시 45분 옥상에서 로프를 타고 내려가 아이를 구조했다. 구조가 끝나자 모여들었던 사람들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구급대원들이 아이를 구조한 뒤 상황을 물어보니 할머니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현관문이 열리지 않았다고 했다. 아이는 행인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창틀에 올라섰다가 잘못 디뎌 창틀과 난간 사이에 몸이 빠졌다고 했다. 광산소방서 관계자는 “이웃들의 신속한 신고와 대처가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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