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동네에서 ‘해녀 아줌마들’을 보면 괜히 가슴이 뭉클해지고 그랬어요. 체격이 크진 않았을 텐데 그때 내 눈엔 왜 그렇게 커보였는지….”
제주 출신인 원희룡 제주지사(52)는 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어린시절 ‘해녀’와의 추억을 이렇게 기억했다. 원 지사는 지금도 도정 운영이 쉽지 않거나 체력적으로 힘들 때면 자맥질(물속에서 팔다리를 놀리며 떴다 잠겼다 하는 행동)하는 해녀들을 가만히 지켜본다고 했다. 해녀가 온몸으로 파도에 부딪치는 모습을 보며 힘을 얻고 감동까지 느낄 수 있어서다.
한국의 어머니상이자 강인한 여성상으로 대표되는 ‘제주 해녀 문화’는 올해 세계적인 문화유산 반열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문화재청은 2014년 3월 유네스코에 제주 해녀 문화의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했다. 그 등재 여부가 올해 말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보호 정부간위원회 총회에서 결정된다.
원 지사는 “유네스코 등재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자신했다. 제주도와 문화재청이 합심해 4년 넘게 해녀 문화를 알려 이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수준에 올랐다는 것이다. 그는 “세계적인 인사들이 한국을 방문하면 제주의 행사에 초청해 해녀 체험 등 기회를 자연스럽게 제공했다”며 “해녀 문화의 역사, 특징 등과 관련해 해외에 뿌린 자료가 몇 트럭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 지사는 이달 2일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2016 세계자연보전총회(WCC 2016)’에도 참석해 국제기구 대표들을 상대로 ‘해녀 알리미’ 역할을 자청했다. 유네스코의 이리나 보코바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선 “바다 환경을 보존하면서 생계를 유지하는 제주 해녀는 공동체 문화의 대표 사례”라며 “꼭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돼야 한다”고 설득했고, 보코바 사무총장으로부터 “의미가 큰 문화유산임을 인정한다”는 답변을 받아냈다.
여권의 유력한 대선 주자로 꼽히는 원 지사의 일정표는 내년까지 이미 빡빡하게 채워져 있다. 하지만 ‘해녀 홍보대사’ 역할만큼은 연말까지 이어갈 계획이다. 당장 9일 서울 예술의전당 신세계스퀘어 야외무대에서 열리는 ‘나는 해녀 바당(바다의 제주 방언)의 딸’ 공연에도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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