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기업 성완종 전 회장으로부터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 추징금 1억 원의 실형이 선고됐다. 어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현용선)는 “(자살 전) 성 전 회장의 진술은 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해졌다고 보여 증거능력이 있다”며 홍 지사에 대해 “민주주의와 법치에 대한 국민 일반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범행으로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성 전 회장은 자원개발 비리로 수사를 받던 작년 4월 홍 지사 등 유력 정치인들에게 돈을 줬다고 폭로하는 언론 인터뷰를 하고 정치인 8명의 이름을 적은 ‘리스트’를 남긴 채 목숨을 끊었다. 수사 결과 홍 지사는 2011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성 전 회장이 보낸 이 회사 윤승모 전 부사장에게서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홍 지사가 “윤 전 부사장이 허위로 꾸며냈다”고 주장하며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아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선고 뒤 홍 지사는 “억지로 짜 맞춘 판결로 노상강도를 당한 기분”이라고 재판부를 모독하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1월에 같은 혐의로 이완구 전 국무총리에게 실형을 선고한 1심 재판부도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홍 지사는 1993년 슬롯머신 사건 수사에서 당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권력 실세를 구속했던 스타 검사였다. ‘모래시계 검사’라는 명성을 얻어 4선 의원에 한나라당 대표까지 지낸 그가 검은돈을 받아 몰락하는 모습을 보는 마음은 씁쓸하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성완종 리스트를 언급하며 “전부 친박(친박근혜) 아니냐. 대선 때 돈은 지들끼리 써놓고 왜 나를 끌어들이냐”며 반발했다. 실제로 검찰은 이 전 총리와 홍 지사를 제외한 메모 속 6인에 대해선 서면 조사 후 불기소로 마무리했다. 홍 지사는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지만 2심에서도 실형 판결이 내려지면 법정 구속될 가능성이 크다. 법정 다툼은 지사직을 사퇴하고 계속하는 것이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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