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지사 “저승 가면 성완종에게 물어볼 것”… 대권 도전엔 급제동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9일 03시 00분


[‘성완종 리스트’ 홍준표 1심 실형]홍준표, 항소 통해 돌파 의지 밝혀
“반기문 총장 마니아인 성완종 前회장, 내가 대선 얘기해서 견제한 듯”

한때 ‘모래시계 검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던 홍준표 경남도지사(62)는 8일 1심 유죄 선고를 받은 뒤 즉각 항소하며 정면돌파 의지를 밝혔지만 정치 인생 최대의 위기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 지사는 이날 오전 1심 선고 직후 법원을 나서며 굳은 표정으로 “나중에 내 저승 가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완종(전 경남기업 회장)한테 물어보겠다”고 말했다. 유죄 판결을 받은 심경에 대해선 “단 1%도 예상하지 못했다. 마치 ‘노상강도’를 당한 기분”이라며 강한 불만을 내비쳤다.

이어 홍 지사는 오후 서울 여의도의 경남도 서울본부 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정의가 아니다. 왜 1년 6개월을 선고했겠느냐. 적어도 1년 6개월 동안 발을 묶어놓겠다는 것 아니냐”며 이번 판결에 대한 심경을 더 상세히 토로했다.

그는 “(지난해 4월) 성완종 리스트가 터질 즈음 내가 대통령 경선 이야기를 꺼냈다”며 “성 전 회장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마니아였다. 내가 대선 이야기를 안 했으면 성완종 리스트에 내 이름이 끼어들 이유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1년 6개월 동안 발을 묶어두려는 측이 반 총장 지지자들과 관련이 있다는 얘기냐는 기자들의 물음엔 “그건 모른다. 내가 할 이야기는 아니다”면서도 “2년 구형에 1년 6개월 실형 선고를 한 적이 있느냐. 순수한 사법적 결정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마디로 ‘정치적 음모’의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사건으로 내가 갈 길을 가지 않고 주저앉거나 돌아서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지만 “항소심 일정을 위해 정치 일정은 재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홍 지사는 최근 “종북 좌파들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대한민국을 흔들기 위해 총결집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1심 판결을 앞두고 ‘강한 보수’ 이미지를 내세우며 대선 의지를 부각해 왔다. 일각에선 특유의 독설로 ‘한국판 트럼프’가 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대선 도전은커녕 정치 생명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한국판 트럼프’로 보수우파 세력을 결집해 대선 판을 흔들겠다던 홍 지사의 자신감이 크게 꺾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지사가 도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힘들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유죄 판결로 도정 장악력이 약화돼 역점 시책으로 추진하는 ‘경남미래 50년 사업’ 등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홍 지사를 상대로 진행 중인 주민소환투표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는 26일 홍 지사에 대한 주민소환투표 여부를 결정한다. 이때 ‘인용’ 결정으로 △유권자의 3분의 1 이상 투표 △유효투표수의 과반수가 찬성하면 홍 지사는 도지사직을 잃게 된다. 8일 ‘홍준표 지사 주민소환운동본부’는 “홍 지사가 자신의 직을 유지하기 위해 편법을 동원한다면 전면적인 사퇴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허동준 / 창원=강정훈 기자
#홍준표#성완종#유죄#대권#반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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