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스폰서·수사무마 청탁’ 의혹을 받고 있는 김형준 부장검사(46·사법연수원 25기)가 고교 동창 김모 씨(46)에게 스폰서 비용 상환 목적 등으로 건넨 4500만 원의 출처를 전면 조사 중인 것으로 8일 확인됐다.
대검찰청 특별감찰팀은 특히 “(자주 갈 때) 한 달에 세 번은 룸살롱을 데려갔다. 스폰서 비용을 돌려달라”는 김 씨 주장에 따라 김 부장검사가 건넸다는 2000만 원이 김 부장검사의 돈이 아니라 자신의 오랜 친구이자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 재직 시절 사건 피의자였던 박모 변호사(46)가 급히 융통해준 돈인 정황을 포착하고 사실관계를 조사 중이다.
서울서부지검이 감찰의 발단이 된 김 씨의 60억 원대 횡령 및 사기 고소 사건을 기존 형사4부(부장 김현선)에서 특별수사를 맡는 형사5부(부장 김도균)로 재배당한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다. 기존의 수사검사와 부장검사가 잠재적인 감찰 선상에 올라 수사를 맡기기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김 씨 관련 의혹도 강력히 수사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조치다. 김 부장검사와 식사 자리 등 접촉한 의혹이 제기된 수사검사와 부장검사도 수사에서 배제했다. 검찰은 김 부장검사의 휴대전화 통화 기록을 추적하는 동시에 그가 검찰청의 구내 회선 전화로 일선 검사를 접촉했다는 의혹까지 전부 확인할 방침이다.
○ ‘김 검’과 ‘박 변’, 김 씨의 뒤섞인 돈거래
김 씨는 7일과 8일 이틀간 특별감찰팀 조사에서 “김 부장검사를 데리고 룸살롱을 간 것은 추후 도움을 받기 위한 관리 목적이었다. 자주 갈 땐 한 달에 세 번도 갔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감찰팀은 김 부장검사가 막역한 친구들로부터 돈을 빌려 빚을 ‘돌려막기’하면서 내연녀 관리 등 유흥자금을 만들어 온 것은 아닌지 조사 중이다. 김 부장검사와 박 변호사, 김 씨 등 세 사람의 얽히고설킨 자금 거래 관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김 부장검사는 자신의 유흥자금으로 사용된 돈 가운데 1000만 원을 박 변호사에게서 빌렸고, 김 씨에게 다시 1000만 원을 빌려 박 변호사의 아내 계좌로 송금해 변제하도록 한 의혹을 받고 있다. 김 부장검사 측은 4월경 이 돈을 포함한 총 1500만 원을 갚으면서 1000만 원을 웃돈으로 더 얹어줬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어 9월 초 2000만 원까지 추가로 건네 총 4500만 원을 변제했다고도 전했다.
검찰은 2000만 원의 출처가 박 변호사의 자금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 부장검사가 김 씨뿐 아니라 급전이 필요할 때 박 변호사에게도 손을 벌렸을 것이라는 정황이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 출신인 박 변호사와 김 부장검사는 각각 2006년과 2007년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부에 근무하기 전부터 서로를 ‘형준이’ ‘○○이’라고 부를 정도로 가까웠다고 한다. 2007년 박 변호사가 검찰을 나와 변호사로 개업한 이후에도 친분을 쌓아와 양측을 둘러싼 의심은 커지고 있다.
김 부장검사가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장으로 있던 지난해 11월 박 변호사가 코스닥 상장사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시세 조종에 가담했다는 수사 의뢰가 접수된 점도 주목을 끌고 있다. 합수단은 증거가 거의 남아있지 않은 3년 전 사건이라는 이유로 방치하다가 올해 초 김 부장검사가 예금보험공사로 파견을 떠나던 날 박 변호사를 불러 조사했다.
○ 부산지검 스폰서 사건 ‘악몽’ 재연 가능성 우려
검찰 안팎에선 김 부장검사와 김 씨, 박 변호사의 삼각 스캔들을 두고 2010년 부산 지역 건설업자 정모 씨의 ‘스폰서 검사’ 파문의 악몽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정 씨가 제기한 의혹에 검사들이 줄징계를 받거나 기소된 사건으로 식사 자리에 한 번 나갔던 인물들이 여럿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검찰 조직에 커다란 상처를 안겼다. 이번 사건도 용처가 떳떳하지 못한 자금의 성격, 범죄 전력이 있는 친구나 자신이 맡은 사건 피의자와의 돈거래, 수사 관련 청탁 등 각종 의혹이 뒤섞여 있어 김 부장검사의 주장대로 “개인 간의 단순 금전 거래”로 치부하기엔 부적절하다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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