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감금-성폭행 40대 여성, 1심서 ‘강간혐의 무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9일 21시 52분


남편을 상대로 강제로 성관계를 한 혐의로 처음 재판에 넘겨진 여성이 1심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이재석)는 9일 이혼을 요구하는 남편을 감금하고 강제로 성폭행한 혐의(감금치상 등)로 기소된 심모 씨(41·여)에게 강간 혐의는 무죄로, 감금치상과 강요 혐의는 유죄로 판단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2013년 6월 시행된 개정 형법에 따라 강간죄 피해자가 ‘부녀(婦女)’에서 ‘사람’으로 범위가 넓어지면서 여성에 대해서도 강간죄 처벌이 가능해졌다. 이 법 시행 이후 여성이 이 혐의로 기소된 것은 심 씨가 처음이다.

심 씨는 지난해 5월 김모 씨(43)와 공모해 남편 A 씨(37)의 손목과 발목을 청테이프 등으로 묶은 뒤 11시간 동안 감금하고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기소됐다. 심 씨는 손발이 묶인 남편에게 이혼 책임은 남편에게 있다는 진술을 강요해 녹음한 혐의도 받고 있다.

재판부는 “당시 상황을 보면 남편이 원하지 않는 성관계를 맺은 것으로 볼 여지는 있다”면서도 “성관계 직전 두 사람의 행동이나 대화 내용을 보면 심 씨로서는 상대가 (성관계에) 동의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비록 심 씨의 남편이 묶여 있었지만 팔꿈치 아래 팔 부분을 움직일 수 있었고 심 씨의 도움으로 화장실을 이용하거나 식탁에서 빵을 먹는 등 저항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성관계를 맺기 직전 심 씨는 남편을 폭행하거나 협박하지 않았고, 오히려 심 씨의 남편도 ‘성관계 전후 두 사람 사이에 분위기가 호전됐다’고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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