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강정훈]파행 거듭하고 있는 사천시의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12일 03시 00분


강정훈·부산경남취재본부
강정훈·부산경남취재본부
‘형만 한 아우 없다’는 건 옛날 말이다. 형 뺨치는 아우가 있다. 개원한 지 석 달 보름이 가깝도록 감투싸움을 하고 있는 경남 사천시의회 얘기다. 국회 저리 가라다. 전국 220여 개 기초의회 가운데 유일하게 원(院) 구성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7대 후반기 의장 자리를 놓고 새누리당 의원 6명, 야권 및 새누리당 이탈 의원 6명의 이전투구 탓이다. 반(反)새누리당 전선은 더불어민주당, 무소속, 새누리당 2명씩이다.

7월 초 임시회에서 의장 선거에 나선 새누리당 측 김현철(61), 반새누리당 진영의 더민주당 최용석 의원(46)을 대상으로 투표를 했다. 결과는 6 대 6. 정확하게 쪼개졌다. 과반이 없어 의장 선출은 무산됐다. 이후 양측은 비난전을 펴며 명분을 쌓기 위해 자기편끼리 몇 차례 임시회를 열었다. 한심한 노릇이다.

얼마 뒤 최 의원은 의장 후보를 사퇴하면서 김 의원에게도 “같이 물러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김 의원과 새누리당 쪽 6명은 태도 변화가 없다. 사태 장기화의 한 요인이다.

김 의원은 7대 전반기 의장을 포함해 의장을 세 번 지냈다. 유례를 찾기 어려운 네 번째 의장직 도전. 전반기 후반기 의장을 연달아 하는 경우도 드물다. 반발이 나올 법하다.

여기에다 의원끼리의 감정, 파워게임 등도 작용했다. 차기 시장 선거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속셈도 들어 있다. 새누리당 여상규 국회의원(68)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시의원들의 의견을 적극 조정하지 못하는 형편. 해결이 안 되는 또 다른 이유다.

결국 시민들이 들고일어났다. 연일 집회와 회견으로 어수선하다. 시내는 규탄 현수막 천지다. 추석 이후엔 주민소환에 나설 태세다.

지역 현안도 산더미다. SPP 조선소 등은 경영이 어렵다. 바다케이블카와 각종 사회기반시설 추경도 심의해야 한다. 조례 처리도 늦어지고 있다.

놀고먹은 사천시의원들에게는 월 285만 원씩 지급됐다. 두 달간 6840만 원이다. 한 시의원은 “추석 인사 다니기 민망하다”고 하소연했다. 당연한 일이다. 벼룩도 낯짝이 있다고 했다. 이제 승복을 전제로 의장 선출을 위한 자유투표를 하든, 전원 의원직을 내놓든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시간을 더 허비하면 얼굴 들기조차 어려울지 모른다.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자세로 추석맞이 대결단을 하기 바란다.
 
강정훈·부산경남취재본부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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