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와 코레일이 신규 철도 노선의 무리한 사업 일정을 맞추기 위해서 필요한 안전검증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철도 안전불감증’이 또다시 도마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철도업계에 따르면 13일부터 시험 운행이 시작될 성남∼여주 복선전철(경강선)의 안전 논란은 개통을 불과 6개월 앞둔 올해 3월 운영사가 갑자기 바뀌면서 시작됐다. 지난해 4월 경쟁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서울도시철도공사가 국토부에 “열차 임차료 등을 깎아줘 운영 적자를 메워주고, 국가유공자·장애인 무임 수송에 따른 손실의 60% 이상을 지원해 달라”고 요구하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사업권을 포기했다.
경강선은 당초 2010년 말 개통될 예정이었으나 수차례 미뤄진 상황이었다. 또다시 개통이 늦어질 경우 지역 여론이 악화될 것을 우려한 국토부는 9월 개통을 강행하기로 하고 새 운영자로 코레일을 선정했다. 코레일의 관계자는 “서울도시철도공사와 국토부의 운영사 선정 협상이 결렬되자 갑자기 코레일이 개통을 맡게 됐다”고 소개했다.
이후 사업 일정이 촉박해지면서 통상적으로 진행되는 안전 절차는 생략되거나 무시되고 있다. 13일부터 시작될 경강선 시범운행에 투입될 8개 편성, 32개 열차 가운데 2개 편성, 8개 열차는 11일까지 완성검사 필증을 받지 못한 상태다. 24일로 예정된 본개통에 투입될 나머지 4개 편성, 16개 열차에 대한 완성검사 필증도 추석 이후에나 발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완성검사 필증 발급 이후 2, 3일에 걸친 인수검사와 최소 2, 3주 정도가 필요한 시정작업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인수검사와 시정작업을 거친 열차도 주먹구구로 처리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전현희 의원에 따르면 경강선의 열차 인수 과정에서 보통 2, 3일이 걸리는 인수검사를 편성(열차 4대)당 하루 만에 끝낸 경우도 있었다. 차량별로 30∼40개씩 나온 하자사항 역시 1주일 안팎의 기간 안에 ‘조치 완료’된 것으로 보고됐다. 32개의 결함이 지적된 한 편성의 경우 제동시험을 통과하지 못했지만 특별한 조치 없이 코레일에 넘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안전점검이 끝나지 않은 열차를 무리하게 임시 운행 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올해 2월에는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가 개통일에 운행을 멈추고 선로에 내려앉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당시 중국에 앞서 ‘세계 두 번째 개통’ 타이틀을 얻기 위해 사업을 졸속으로 추진한 결과였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런 상황에 대해 국토부와 코레일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토부는 “완성검사 필증만으로 안전에 대한 보장이 충분히 된다”고 주장했지만 코레일은 “개통을 6개월 앞두고 운영을 맡은 사례가 없고, 준비가 미흡한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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