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팰리스에 사무실 차려놓고 1350억 사기

“中사업 투자땐 큰돈” 4721명 속여… 보험설계사 60명 고용해 투자자 모집

현직 보험설계사를 고용해 모은 투자자들에게 “에티오피아 커피 원두 농장 등에 투자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속여 거액의 투자금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지난해 7월부터 올 6월까지 4721명에게서 투자금 1350억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이모 씨(48) 등 5명을 구속하고 보험설계사 강모 씨 등 6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1일 밝혔다.

이 씨 일당은 서울 강남구 언주로 타워팰리스의 복층 펜트하우스를 빌려 ‘○○에셋’이라는 이름의 사무실을 차린 뒤 에티오피아 원두 농장, 중국 웨딩사업, 국내 상장회사의 전환사채 등에 투자해 고수익을 올리는 종합금융투자사인 것처럼 꾸몄다. 회사 대표 격인 이 씨는 보험사 위탁대리점을 운영한 경험을 살려 현직 보험설계사 60여 명을 고용해 손쉽게 투자자를 모았다. 보험설계사들은 안면이 있는 고객들에게 접근해 가짜 금융상품을 소개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에티오피아 원두 농장 등 현지 기업과 계약을 맺거나 국내 상장사 전환사채를 사들인 사실이 없어 실제로는 수익 모델이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씨 일당은 투자금의 일부를 기존 투자자들에게 수익금 명목으로 돌려주면서 이들을 안심시키는 수법을 동원했다.

경찰은 고객의 자산 현황 등을 잘 아는 보험설계사가 무더기로 고용된 만큼 지금까지 드러난 것보다 피해자가 많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김단비 기자 kub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