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과 함께 병원을 찾은 노모가 연신 “괜찮다”고 했다. X선을 찍어 보니 무릎 연골이 많이 닳아 통증이 상당했을 것으로 보였다. 수술을 해야 된다고 했더니 그제야 “자식 성가시게 안 하려고 그랬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부모의 “괜찮다”는 말을 믿어도 될까.
우리 병원이 무릎관절염으로 고생하는 60대 이상 337명을 조사한 결과 71%(238명)가 관절염을 숨기고 자녀들에게 ‘괜찮다’고 말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3명은 현재까지도 자신의 병을 숨기고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65세 이상의 80%가, 75세 이상의 대부분이 퇴행성관절염에 걸릴 가능성이 아주 높다. 특히 퇴행성 무릎관절염은 노년 건강의 최대 적이다. 극심한 통증은 물론이고 걷기조차 힘들어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운동 부족과 통증 스트레스로 혈당이나 혈압 조절이 어려워 만성질환을 악화시키고 노인 우울증까지 생길 수 있다.
퇴행성 무릎관절염은 신체 변형이나 불편한 걸음걸이 등 육안으로도 쉽게 알 수 있다. 통증으로 인해 무의식중에 내뱉는 소리를 듣고도 금방 눈치 챌 수 있기 때문에 자녀들이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부모가 얼마나 불편한지 단번에 알 수 있다.
우선 앉았다 일어날 때 책상이나 선반을 잡거나 걸음걸이가 불편해 보이고 속도가 느려질 때, 다리를 온전히 펴거나 구부리지 못할 때, 계단을 겁내면서 외출을 꺼리고 움직이기 싫어하는 행동은 무릎관절염을 의심할 수 있는 특징들이다.
또 허벅지가 가늘어지거나 키가 작아진 느낌이 들어도 무릎관절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움직임이 줄어들기 때문에 허벅지가 가늘어지고 무릎 안쪽 연골이 닳으면 무릎이 휘어 O자형 다리가 돼 키가 작아지는 것이다. 무릎 사이에 주먹 하나가 들어갈 정도로 휘었다면 관절염이 많이 진행된 상태다. 신체 변형뿐만 아니라 소리로도 관절염 증상을 유추할 수 있다. 무릎에서 ‘뚜두둑’ 하는 소리가 자주 들리고 이때 무의식중에 ‘아이고, 무릎이야’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이 같은 증상을 보이면 정확한 검사를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 급선무다. 초기라면 약물치료나 물리치료 등으로, 중기라면 관절내시경 시술로 회복될 수 있지만 치료가 늦어지면 증상이 심해져 인공관절수술을 해야 한다.
곧 온 가족이 모이는 추석 명절이다. 가족, 친지들과 모여 얘기를 나누는 것도 좋지만 부모의 관절 건강을 세심하게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괜찮다”는 부모의 말씀이 진짜 괜찮은 것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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