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주철기]中 동포의 골든벨, 韓-中의 다리가 되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13일 03시 00분


“예감이 좋습니다. 저에게 행운이 올 겁니다.”

주철기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주철기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얼마 전 방영된 골든벨 퀴즈 프로그램은 중국 동포 학생 특집으로 꾸며졌다. 이 프로그램에서 중국 연변제1고급중학교 2학년 황미홍 학생은 마지막 문제 앞에서도 담대한 모습을 보였다. 50번까지 한 문제도 틀리지 않았지만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특히 한국 교육과정에만 있는 문제가 힘들었는데 이럴 때도 얼굴 표정 하나 흐트러짐 없이 침착하게 위기를 넘기고 마침내 골든벨을 울린 것이다. 17세 어린 소녀가 200만 재중 동포의 자신감과 자긍심을 회복시키는 순간이었다.

마지막 문제는 ‘1906년 중국 동북 지역에 설립된 한국 최초의 신학문 민족 교육기관의 이름’이었는데 정답은 서전서숙(瑞甸書塾)이었다. 이준 열사와 함께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참석했던 이상설 선생이 독립운동가 이동녕 선생 등과 함께 세운 항일 민족교육기관이다.

이번 퀴즈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은 5월 중국조선족기업가협회가 주최한 ‘민족지식퀴즈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중국 동북3성 지역의 재중 동포 중고교생 100명으로, 재외동포재단의 초청으로 올 7월 27일부터 8월 4일까지 한국을 방문했다.

재단은 동북3성 조선족 청소년들이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고, 민족적 자긍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2015년부터 한국 방문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재중 동포들은 중국 55개의 소수민족 중 가장 먼저 대학을 세울 정도로 교육에 열의가 남달랐다. 중국의 개방 정책에 따라 많은 동포가 선조들의 땅, 대한민국을 찾아왔지만 때로는 우리의 편견과 냉대로 가슴앓이를 했다. 선양 시의 경우 조선족 청소년의 65%가 결손가정 자녀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현재 한국에 나와 있는 중국 동포는 65만 명이 넘는다. 지금은 서울 구로구나 경기 안산 등지에 조선족 동포촌이 형성돼 있을 정도로 우리 사회에 서서히 정착하고 있다. 우리도 이들을 적극 수용하고 품을 수 있어야 한다. 한중 양국 상호 방문객도 1000만 명을 넘었다. 서울 명동 등에서 유창한 중국어로 중국인 관광객(유커·遊客)을 안내하는 중국 동포도 꽤 많다.

재중 동포 청년들은 한국과 중국을 연결하고 한중 양국의 긴밀한 우호 증진뿐 아니라 동북아의 공동 번영에 큰 기여를 할 소중한 인적 자산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우리나라의 당면 과제는 북한 문제의 해결과 평화통일이고, 이를 위해서는 동포사회의 협력이 절실하다. 720만 재외 동포는 새로운 한반도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귀중한 지원자가 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주변국의 협조를 얻는 데도 큰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이번 재중 동포 청소년이 울린 골든벨이 한중 양국 모두에 큰 울림이 되어 양국 간의 튼튼한 교량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주철기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골든벨#동북3성 조선족#재중 동포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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