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으로 배추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보다 배추 마늘 등 채소류 가격이 크게 올랐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은 큰 폭으로 가격이 오른 것만 부각해 마치 큰일이 난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이러한 뉴스와 기사에 당혹스러운 것은 농업인이다.
최근 통계자료에 따르면 전체 소비자물가에서 차지하는 가중치(1000) 중 배추는 1.7, 무와 양파는 0.8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스마트폰은 33.9, 치킨은 4.0 등으로 농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낮다. 하지만 배추는 김치의 주재료로 국민 밥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표 농산물이다. 이처럼 국민의 사랑을 온몸에 받고 있다 보니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데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배추는 너무 고온이거나 너무 저온이면 잘 자라지 못하는 특성이 있다. 기상 여건에 따라 생산량이 큰 폭으로 변해 가격 등락이 심하다. 올해 고랭지 배추는 집중 호우와 폭염으로 작황이 부진했고 배추가 노랗게 되는 바이러스와 무름병 발생 등 생육부진으로 인해 현재 출하량이 평년의 40% 내외로 줄었으며 품질도 떨어지고 있다.
또 배추의 경우 기후 조건이 좋은 봄과 가을은 생산량이 많아 가격이 싸지만 여름과 겨울은 생산량이 적어 당연히 가격이 오르게 된다. 특히 고랭지 배추의 경우 폭염 장마 등 기후 변화에 따라 생산량이 급감할 위험도 높고 비료 및 농약, 토지 임차료 등 생산원가 상승으로 10a당 생산비가 96만5000원 이상이 든다.
배추 가격의 급등락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을 주지 못한다. 생산자는 수확량이 대폭 감소하여 농가 전체 평균소득이 줄고 소비자는 높은 값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농협은 계약재배를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고, 정부에서도 수매 비축제도로 가격 안정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배추를 재배하는 농민도 무작정 높은 가격만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생산자에게는 생산원가 이상을, 소비자에게는 장바구니 부담을 덜 수 있는 합리적 수준이 바람직한 가격일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소비자는 얼갈이배추, 열무 같은 대체품목의 합리적 소비가 필요하다. 배추는 재배 특성상 생육 기간이 짧다 보니 가격이 높아졌다가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떨어지기 때문에 조금 기다리는 것도 중요하다.
작년 한 해 배추 가격 폭락으로 많은 농민이 한숨과 눈물로 지새웠던 날들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농산물의 가격변동성은 공통적인 현상이다. 보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농업인을 한 번 더 생각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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