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식당화장실 여성 훔쳐본 남성 무죄… 공중화장실 아니라서 성범죄 안된다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19일 03시 00분


건조물 침입죄-협박죄만 적용가능 “화장실 범위 넓혀 처벌 강화” 지적

음식점 부근 바깥에 마련된 화장실에서 여성의 용변 장면을 엿본 남성에게 대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렸다. 성범죄 처벌법에서 정한 ‘공중화장실’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성적 목적을 위한 공공장소 침입행위)로 기소된 강모 씨(35)에게 무죄를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강 씨는 2014년 7월 전북 전주시의 한 음식점 부근에서 20대 여성이 실외화장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따라 들어갔다. 그는 여성의 바로 옆 칸으로 들어가 칸막이 사이로 용변 장면을 훔쳐보다 적발됐다. 검찰은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공중화장실 등의 공공장소에 침입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는 성폭력범죄 처벌 특례법 조항을 근거로 같은 해 9월 강 씨를 기소했다.

그러나 1심과 2심은 “사건이 일어난 화장실은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이 규정한 ‘공중화장실’이 아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원심은 성폭력범죄 처벌 특례법과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에서의 공중화장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며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일반 대중이 아닌 음식점 손님을 위해 설치된 곳이라서 공중화장실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현행 성폭력처벌법은 공중화장실법의 정의를 그대로 따르고 있는데 법에서 정한 공중화장실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설치한 화장실, 개방화장실(공공기관의 시설물에 설치된 화장실), 이동화장실, 간이화장실, 유료화장실 등 5곳뿐이다.

강 씨와 같은 사례가 앞으로 나온다면 형법상 건조물 침입죄와 피해자에게 공포심을 느끼게 했다는 점에서 협박죄 등을 적용해 기소할 수 있지만, 현행법상 성범죄로는 처벌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법조계에선 ‘공중화장실’의 개념을 폭넓게 규정하는 방향으로 관련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대법#공중화장실#식장화장실#무죄#성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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