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역술인 내세워 불안감 조성… 3만원짜리 약을 “만병통치” 49만원에
9~11월에 사기 피해 신고 40% 몰려
이번 추석을 앞두고 서울 서초구에 사는 박모 씨(68)는 최근 동네 주민들에게 입소문이 난 건강식품 매장을 찾았다. 그곳에서 만난 역술인은 대뜸 그에게 “3년 뒤 대장암에 걸릴 팔자”라고 했다. 걱정이 된 박 씨는 자녀들에게서 받은 추석 용돈으로 역술인이 추천한 49만 원짜리 건강식품을 구입했다. 건강식품을 본 박 씨 자녀들은 아버지가 사기당한 것을 직감하고 한국노년복지연합(한노련)에 신고했다.
일반 건강식품을 만병통치약으로 속여 판매하는 일명 ‘떴다방’ 조직이 추석 용돈을 받은 노인들의 주머니를 털고 있다. 18일 한노련에 따르면 건강식품 관련 피해 상담 건수는 2013년 320건, 2014년 488건, 지난해 512건으로 해마다 늘었다. 피해 신고의 40%가 9월과 11월 사이에 집중됐다. 한노련 관계자는 “노인 대상 떴다방 사기는 주머니 사정이 넉넉한 추석 연휴 전후에 가장 많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부정불량식품으로 총괄 신고된 것을 감안하면 피해 수치는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수법이 교묘해지면서 속아 넘어가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과거 떴다방은 노인정 등을 찾아가 공짜로 휴지나 계란 등을 나눠주고 비싼 건강식품을 사도록 유도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경찰 단속을 피하기 위해 회원제로 운영하거나 지역 노인들의 병력, 집안 내력 등을 잘 아는 현직 방문판매업자까지 범행에 끌어들인다. 가짜 역술인이나 스님은 판매장에서 공범 방문판매업자에게서 미리 들은 피해자들의 신상이나 병력을 토대로 “조상 중에 암으로 죽은 사람이 있지 않냐. 당신도 70세 전에 암에 걸린다”며 현혹한다.
경찰은 전형적인 떴다방 범죄 수법을 비웃던 교양 있는 중년층도 가짜 역술인과 스님 등이 동원된 사기에는 넘어간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사기와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된 황모 씨(51)도 역술인 행세를 했다. 사주풀이를 하고 맥을 짚는 행위만으로 병력을 알아맞히자 피해자들은 황 씨의 말을 믿었다. 황 씨는 이런 식으로 65명에게 개당 원가 3만5000원짜리 건강식품을 49만 원에 팔아 총 1억1300만 원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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