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체마비 선수, 로봇 입고 장애물 통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19일 03시 00분


‘아이언맨 올림픽’ 사이배슬론, 스위스서 10월 8일 개막… 훈련현장 가보니

“이얏!”

온몸에서 땀이 흘러내렸다. 목발을 움켜쥔 손이 파르르 떨렸다. 크게 기합을 넣으며 한 걸음씩 천천히 움직일 때마다 입고 있는 로봇 다리에서 윙윙 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음 달 8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사상 처음으로 열리는 장애인 보조로봇 기술을 겨루는 국제 경기 ‘사이배슬론(Cybathlon)’ 대회를 앞두고 10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 체육관에서는 훈련이 한창이었다.

참가팀의 이름은 ‘SG메카트로닉스’. 공경철 서강대 기계공학과 교수와 나동욱 세브란스재활병원 교수가 만든 로봇을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김병욱 씨(42)가 입고 출전한다.

사이배슬론은 장애인 선수가 로봇 기술을 활용해 여러 가지 임무를 수행하는 국제 경기로 ‘아이언맨 올림픽’으로도 불린다. 사이배슬론은 ‘인조인간’을 뜻하는 사이보그(cyborg)와 ‘경기’를 의미하는 라틴어 애슬론(athlon)의 합성어다.

스위스 국립로봇역량연구센터가 주최하는 이 대회는 6종목으로 이뤄졌다. 하체마비 환자가 로봇을 입고 두 다리로 걷는 전동 엑소스켈레톤(입는 로봇) 경주, 뇌파로 컴퓨터를 조종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경주, 의수를 사용해 각종 물건을 조작하는 전동 의수 경연 등이다. 스위스와 미국, 독일, 일본, 한국 등 25개국에서 온 74개 팀 300여 명이 참가한다.

가장 주목을 받는 경기는 하반신 완전마비 환자가 로봇을 입고 걷는 전동 엑소스켈레톤 경주다. 목발과 웨어러블 로봇만으로 장애인이 안전하게 움직일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종목이다. 20도가 넘는 경사를 오르고 1.1m 간격의 징검다리를 건너는 등 일반인에게도 쉽지 않은 난코스 6개를 10분 안에 통과해야 한다.

이 경주에 참가 신청을 한 세계적 연구팀은 모두 10곳. 재활보조기 분야 세계 최대 기업 ‘오토복’을 비롯해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지원을 받는 미국 로봇 연구소 ‘IHMC로보틱스’, 엑소스켈레톤 전문기업 ‘리워크(ReWalk)’ 등이다.

한국팀은 출전 선수의 관절을 X선으로 촬영해 몸에 꼭 맞는 전용 로봇 ‘워크온’을 개발했다. 워크온은 서로 다른 10여 개 동작을 구현할 수 있다. 선수는 가슴팍에 놓인 모니터를 보며 특수 목발의 오른쪽 손잡이에 있는 버튼을 조작해 동작을 선택하거나 변경한다. 선수의 움직임에 따라 센서가 1초에 100번씩 선수의 의도를 파악하고, 위험할 수 있는 동작은 선수가 명령을 내리더라도 작동되지 않는다.

대회가 다가옴에 따라 한국팀은 주 4회 강훈련을 진행 중이다. 선수인 김 씨는 이날 훈련에서 10분 안에 5개 코스를 통과하는 데 성공했다. 공 교수는 “워낙 코스가 어렵기 때문에 5개 구간만 성공적으로 통과해도 상위권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1997년 교통사고로 9번 흉추 완전 마비 판정을 받았다. 18년간 휠체어 생활을 해오다 이번 경기를 준비하면서 로봇을 입고 다시 걷게 됐다. 젊은 시절 테니스 선수와 코치로 활동했던 경험이 있어 사고 후에도 ‘장애인 전국체전’에서 휠체어 럭비선수로 활약 중이다. 그는 “사이배슬론을 계기로 장애인들을 다시 걷게 해 주는 엑소스켈레톤 기술이 널리 활용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kyungeun@donga.com

#아이언맨 올림픽#사이배슬론#스위스#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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