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 청년, 취업해도 월급 대부분 월세로 나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19일 10시 29분


‘민달팽이 유니온’ 임경지 위원장
사회초년생 행복주택 입주 등 청년친화 주택정책 이끌어 보람

청년 주거 문제 해결을 목표로 만들어진 국내 유일의 시민 단체인 ‘민달팽이 유니온’(민달팽이)의 임경지 위원장(28·여)과 인터뷰 약속을 잡기는 쉽지 않았다. 최근 청년 문제가 정부 정책의 주요 관심사가 됐기 때문이다. 그는 일주일 내내 국회와 서울시를 비롯한 각종 정부기관을 분주히 오간다. 주택 정책과 관련한 다양한 회의에 참석하고, 청년층을 상대로 주거 관련 설문조사도 벌인다.

최근 서울 은평구 사무실에서 만난 임 위원장은 “그동안 주택 정책에서는 대부분 청년이 배제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고시원에 살더라도 언젠가 직업만 구하면 주거 문제는 자연히 해결될 것이라는 논리에서 비롯된 잘못된 생각이며, 흙수저 청년이 직업을 구한다고 해도 월급의 대부분은 월세로 빠져나가는 게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나 역시 1인 가구 세입자 중 한 명”이라며 “지금은 운 좋게 공공임대주택에 살고 있지만 한때 ‘집 없는 설움’을 많이 겪었다”고도 했다. 어릴 때는 아파트가 아닌 연립주택에서 전세로 사는 게 창피했고, 대학 때는 월세를 감당할 수 없어 왕복 3시간 거리를 통학하며 지내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는 “그렇게 늘 집에 대한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가 2011년 민달팽이에 몸담으면서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또 “전공(행정학)을 살리면서도 원래 갖고 있던 주거 문제나 청년 문제에 대안을 찾을 수 있다는 데 매력을 느끼면서 적극적으로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민달팽이의 대표를 맡고 있는 임 위원장은 정부의 주택 정책을 ‘청년 친화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가 추진 중인 젊은층 대상 공공주택인 ‘행복주택’ 입주자 대상에 대학을 졸업한 취업 준비생과 실직한 이직 준비생 등이 포함된 게 대표적 사례다. 정부는 당초 대학 재학생과 회사 재직자만을 입주 대상으로 고려했다. 민달팽이는 2014년부터 ‘달팽이집’이라는 협동조합형 주택도 운영하고 있다. 현재 다세대·다가구 주택 6개 동을 임차해 청년 60명에게 재임대하고 있다. 서울시가 운영 중인 조합형 주택이나 국토교통부가 추진 중인 사회적 주택 등이 모두 달팽이집을 모범 사례로 삼고 있다.

인터뷰가 끝날 때쯤 그에게 기성세대가 되면 청년 주택에 대한 요구도 변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저희 단체가 지금보다 더 다양한 계층을 아우르는 세입자 모임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해요. 특히 비혼, 동성 커플을 비롯해 혈연 가구가 아니라 사람 중심의 다양한 주거 모델과 문화를 만드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며 환하게 웃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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