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시에서 리히터 규모 5.1∼5.8의 역대 최대 지진이 발생한 12일 오후 기자가 머물렀던 울산의 한 건물 3층은 곧 무너질 듯 요동쳤다. 최초 지진 발생 후 9분이 지난 뒤 긴급 재난문자가 도착했다. 당시 함께 있었던 10명 중 절반은 문자조차 받지 못했다.
‘시민 안전’을 시정 목표로 시민안전실까지 만든 울산시는 아예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 하루 뒤 울산시는 “전화 폭주로 시민들에게 통보를 못했다”며 궁색한 변명을 했다. 그러면서 “지진경보 방송을 빨리 들을 수 있도록 마을 앰프 시스템을 개선하겠다”는 아날로그식 재난대책을 내놨다. 평소 사소한 일까지 실시간으로 알리던 울산 119상황실도 이번 지진 때는 ‘뒷북 통보’였다. 그나마 규모가 크지 않아 재앙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이번 지진으로 경주시민들이 가장 가슴을 졸였겠지만 울산시민들도 마찬가지였다. 더욱이 7월 5일 오후 울산 동구 동쪽 52km 떨어진 해역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한 데다 원자력발전소와 국내 최대의 석유화학공단이 있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현재 울산을 중심으로 부산 기장군과 경북 경주 월성, 울진에는 원전 12기가 가동 중이다. 울산 울주군 서생면에는 신고리 3, 4호기가 다음 달과 내년 11월부터 상업운전에 들어간다. 2022년까지 신고리 5, 6호기도 건설된다. 이러면 울산을 중심으로 동해안에는 16기의 원전이 들어서 ‘단일지역 세계 최대 원전 밀집지역’이 된다.
이 원전들은 공교롭게도 국내에서 발견된 활성단층 60여 곳 가운데 부산∼울진 약 200km의 양산단층과 울산∼경주 약 50km의 울산단층 위에 건설돼 있다. 건설된 지 40년 지난 석유화학공단이라는 ‘화약고’도 울산에 있다.
시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울산과 부산, 경북도 등 지방자치단체끼리라도 손을 잡고 정부에 대책을 강력하게 요구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원전 건설 반대’가 더 이상 시민환경단체의 의례적인 구호라며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규모 6.5의 지진에 견딜 수 있게 원전이 건설된다”는 당국의 말만으론 설득력이 떨어진다. 1986년 러시아 체르노빌과 2011년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를 잊었는가.
이제 지자체도 ‘안전 보장 없는 원전 추가 건설 반대’를 분명히 해야 한다. 그리고 원전 건설지 반경 5km 이내에만 지원토록 한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법’을 개정해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인 30km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해야 한다. 잦은 지진으로 불안에 떨고 있는 원전 주변 주민들에게 정부가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보상 가운데 하나인 전기요금 인하도 시급히 검토돼야 할 문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