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일본에서 방영된 드라마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사랑’의 주인공은 ‘연못남’(연애 못하는 남자)이었다. 30대 중반의 호텔 사장은 직원들의 사소한 실수에도 걸핏하면 “당신은 해고!”라고 고함쳤다. 다른 능력은 출중한데 유독 이성과의 관계 맺기에 한없이 서툰 주인공의 지질한 면을 코믹하게 그려냈다.
▷드라마에서 부각된 연못남은 실제 일본 사회의 걱정거리다.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의 18∼34세 미혼 남녀 조사에서도 연못남이 70%로 연못녀(59%)보다 훨씬 많다. 첫 단추를 끼워야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을 것 아닌가. 이런 식이면 아베 신조 총리가 ‘1억 총활약상’ 부처를 신설해 전력투구한들 저출산 대책이 먹혀들 리 없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장래 결혼 의향을 묻는 질문에 대다수가 ‘결혼 생각이 있다’고 답한 점이다.
▷연못남이 일본만의 고민은 아니다. 얼마 전 동아일보 문화면에 젊은 세대가 연애를 경험이 아니라 강의로 배운다는 기사가 실렸다. 기업 대학 관공서 등에서 직접 ‘연애능력평가’ ‘남녀 간 소통의 차이’ 등을 가르치는 특강을 열어주는 시대다. 우리나라 연애와 결혼시장의 계층이 ‘일반 남자 위에 일반 여자, 그 위에 예쁜 여자, 최종 포식자는 능력남’이란 우스갯소리를 들은 적 있다. 그래선지 피라미드 아래쪽 청춘남녀를 위한 과외가 성업 중이다. 과외교사 격인 ‘연애코치’는 한국고용정보원에서 펴낸 직종별 직업사전에도 당당히 올라 있다.
▷‘돈 버는 방법, 맛집의 비결, 여자친구 사귀는 법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유명 연애코치가 연애와 수영을 비유한 조언은 인상적이다. 수영은 물속에서 스스로 팔다리 허우적대며 터득하는 것이지 물 밖에서 책으로 배울 수 없다는 얘기다. 일본 여성들은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속담이 있는 한국을 부러워한다. 일본의 연못남은 찍어 보지도 않고 포기한다는 거다. 그러므로 이 땅의 연못남들이여, 올가을엔 ‘작업의 기술’에 기대기보다 물속으로 텀벙 뛰어드는 용기부터 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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