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아파트가 밀집한 부산 해운대구 좌동 도시철도 장산역 근처 번화가. 거리에서 만난 주민 대부분이 최근 발생한 지진에 큰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특히 고리원전과 직선거리로 불과 20km밖에 떨어지지 않아 혹시 큰 규모의 지진으로 원전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주민이 많았다. 이유철 씨(48)는 “그동안 시민단체에서 원전의 위험성을 말해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이런 상황이 계속되니 덜컥 겁이 난다”고 말했다. 강호주 씨(55)는 “국내에서 규모 7.0 이상의 지진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느냐”며 “원전에 대형 참사가 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고 따졌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국내에는 고리, 한빛, 월성, 한울 등 모두 24기의 원전이 가동되고 있다. 이들은 모두 규모 6.5 이상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내진설계가 돼 있다. 건설 중인 신고리 5, 6호기는 내진설계가 강화됐지만 내진 한도가 7.0이다. 이는 규모 7.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원전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주부 오현주 씨(40)는 “이번에 지진 관련 뉴스를 보니 양산단층 때문에 오래전부터 경상도에 지진이 많이 일어났다고 하던데 왜 정부는 위험한 곳에 원전을 많이 지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불안하니 이젠 그만 짓자” “정 필요하다면 서울이나 수도권에 원전을 지어라”라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최근 지진과 여진이 계속되자 부산에서 반핵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한일 반핵단체는 20일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탈핵부산시민연대와 천주교 한일탈핵평화순례단은 “연이은 지진으로 경주를 비롯한 부산, 울산, 경남, 경북의 도시들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비극적인 상황에 접하게 됐다”며 “활성단층이 없을 것이라는 한수원의 주장이 무색해진 만큼 단층을 전면 재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 이후 핵발전의 안전성은 심각하게 의심받았지만 오히려 정부는 핵발전을 확대했다”며 “신고리 5, 6호기 건설 계획을 철회하고 원전 폐쇄 계획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 후 신고리 원전 주변에서 도보 순례를 한 순례단 100여 명은 경북 월성과 영덕, 강원 삼척의 원전을 거쳐 23일 서울 명동성당 앞 광장에서 탈핵 콘서트를 열 계획이다.
한수원 측은 “신고리 5, 6호기는 지진 등 재난 상황에 대비해 안전하게 설계됐다”고 강조했다. 또 고리원전 관계자는 “보조 건물이 원자로 건물을 둘러싸 외부에서 발생하는 사고로부터 원자로를 보호할 수 있도록 구조를 개선했다”며 “원전의 컨트롤타워인 주제어실(MCR)과 비상 디젤발전기 및 연료 취급구역 등을 4개의 공간으로 나눠 외부 사고의 영향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국제 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는 12일 국민소송단 명의로 신고리 5, 6호기 건설허가 취소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냈다. 소송단에는 시민 559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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