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경북 경주 지역에 사람이 진동을 느낄 수 있는 리히터 규모 3.5 지진이 발생해 지역 주민이 불안에 휩싸였다. 여진 중에는 3번째로 큰 규모다. 앞선 4.5 규모의 큰 여진의 진앙과는 약 1.2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기상청은 이날 오전 11시 53분쯤 경주 남남서쪽 10km 지점에서 이 같은 규모의 여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날까지 발생한 여진은 총 415회(오후 10시 현재)에 달했다. 국민안전처는 인명, 재산 피해는 없었으나 지진 감지 신고만 700여 건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차츰 여진 규모가 약해지고 빈도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19일 가장 강한 여진(규모 4.5)에 이어 이날도 규모 3.5의 여진이 발생하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할 정도의 강한 규모의 여진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규모 3.0 이상 지진만으로도 불안감은 커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여진이 짧게는 1, 2주에서 길게는 수개월 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홍태경 연세대 교수(지구시스템과학과)는 “(12일 발생한) 강진 규모(5.8)로 볼 때 앞으로도 사람이 체감 가능한 규모의 여진이 길게는 수개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경재복 한국교원대 교수(지구과학교육과)도 “규모 4.0을 넘어서는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지만 진동을 느낄 수 있는 규모의 지진(규모 3.0 이상)은 1, 2주가량 더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상청은 언제 여진이 끝날지 확신하기 어렵다면서 전망을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여진으로 인한 피해도 가능하므로 내진설계 등을 살피고 안전에 대한 대비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내진설계 분야 전문가인 권기혁 서울시립대 교수(건축학부)는 “규모 3.5 지진에도 30년 이상 노후된 적조식(벽돌식) 건물은 벽에 금이 가는 등 타격을 받을 수 있어 꼼꼼한 안전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진이 발생했을 때 국민안전처가 발송하는 정부의 긴급재난문자를 앞으로 기상청이 보내기로 하면서, 적절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기상청은 “예산 등 구체적으로 협의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 국민안전처와 기상청은 각 기관이 불편하고 어려운 업무를 떠맡지 않으려 한다며 서로가 눈총을 보내고 있다.
21일 황교안 국무총리가 고위 당정청 협의에서 기상청이 국민안전처에 지진 발생 사실을 통보하는 데 시간이 지연됐다고 밝히자 기상청 내부서는 “모든 지진 발생 정보는 국민안전처 재난안전시스템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금도 국민안전처가 마음만 먹으면 40초 안에 문자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기상청에서 지진을 확인해 조기경보를 내리는 데 40초 안팎의 시간이 걸린다. 이 자료를 또 10초 이내에 재난 관련 부서, 지자체에 공유한다. 이후 기상청은 전 관측소에서 정밀분석(지진통보)을 한 뒤 정확한 지진 규모와 진앙 위치를 확인해 다시 팩스 등으로 국민안전처에 알린다. 추후 작업은 지진 발생 시점에서 4, 5분가량 걸리는데 안전처는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긴급재난문자를 보낸다.
이에 대해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지진 발생 상황을 가장 먼저 확인하는 기상청이 직접 재난문자를 발송할 경우 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좀 더 빠른 전송도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앞서 국민안전처는 조기경보를 활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지역별로 상대적으로 느끼는 체감 정도인 진도를 분석하는 만큼 시간이 걸린다고 해명했다. 또 조기경보는 진앙과 지진 규모가 정확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들었다.
국민안전처는 이미 기상청과 재난문자 전송 시스템을 넘기는 협의를 진행했고 문자 발송에 필요한 장비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기상청의 반발과 관련해서는 “기상청 실무진이 부담스러운 업무를 꺼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기상청은 “국민안전처는 불필요한 우려를 키우지 않기 위해 재난문자 발송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기상청에 업무를 떠넘기면서 되도록 빠른 문자 전송이 필요하다고 입장을 선회했다”고 지적했다. 긴급재난문자 발송 업무 떠넘기기 논란까지 발생하면서 부실한 국가 재난대응 체계 논란이 한동안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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