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상씨 “한쪽 눈 잃었지만 세상 바로 볼 한쪽 눈 얻었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6일 03시 00분


이세상씨, 2012년 시인으로 등단

 이세상 씨는 2012년 ‘문예시대’에서 신인상을 받은 시인이다. 그는 문병란 시인(2015년 작고)의 권유로 시인으로 등단했고 ‘당신의 눈물도 행복입니다’란 첫 시집(사진)도 냈다.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알게 된 문 선생께 제가 쓴 시 몇 편을 보여드렸어요. 시장에서 좌판을 깔았던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정을 시로 썼는데 ‘정말로 이 회장이 쓴 것이냐’고 하면서 어깨를 두드려 줘 큰 용기를 얻었습니다.”

‘어머님은 달을 머리에 이시고 십리 자갈길 새벽을 노래했다. 어둠 씻겨 간 남광주역 길바닥 분신 같은 보따리를 푼다’로 시작하는 ‘노점상’이란 제목의 이 시는 그의 시집 첫 번째 장에 실려 있다.

 그는 지난해 2월 89세의 노모를 떠나보냈다. 공연 1시간을 앞두고 어머니 부고를 들었지만 관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어머니께 당장 달려가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죄송하다”고 말했다.

“내가 한쪽 눈을 잃은 것은 결국 한눈팔지 말고 쭉 한길로 가라는 뜻인 것 같아요. 한쪽 눈을 잃은 것이 아니고 세상을 바로 볼 한쪽 눈을 얻은 것이죠.” 두 눈을 멀쩡히 뜨고도 똑바로 보지 못하고 살아가는 이들이 많은 세상에 그의 일성이 더욱 크게 들렸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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