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 환자에 A형 혈액 수혈…피해자 子 “병원, 사건경위 설명 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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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9월 28일 10시 12분


사진=채널A 캡처
사진=채널A 캡처
혈액형이 B형인 환자가 부산의 한 대형병원에서 수술을 받던 중 A형 환자의 피를 수혈 받아 중태인 가운데 피해자 아들이 “(병원 측에서 사건 경위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해주지 않았다”면서 의사로서 소명의식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의료사고 피해자 아들은 2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어머니가) 의식이 돌아온 지 지금 2~3일 정도 됐고, 혈액 투석(혈액 속 노폐물을 제거하는 시술)을 하고 계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앞서 23일 오전 B형 환자인 진모 할머니(77)는 부산 진구의 한 대형병원에서 인공관절 수술을 받았다. 진 할머니 가족은 인공관절 수술이 대중화된 수술이라 안심하고 있던 상황. 그러나 3시간 뒤 가족은 진 할머니가 중환자실로 옮겨졌다는 말을 듣는다. 수술 과정에서 B형인 할머니에게 A형 혈액을 수혈했다는 것.

혈액은 자체 면역 반응을 하는데 잘못된 혈액이 들어가면 혈액끼리 거부반응이 생기고 대사에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수술 직후 의식을 잃은 할머니는 25일 오전 의식을 회복했지만, 여전히 장기기능이 떨어져 위독한 상태다.

진 할머니 아들은 당시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어머니가) 수술실 들어가기 직전까지도 걸어 다니시고 본인이 직접 ‘금방 갔다 나오겠다. 걱정하지 말라’고 말씀하시고 (수술실에) 들어가셨다”면서 “오전 9시에 들어가셨는데 한 세 시간쯤 지나고 집도의 선생님이 ‘수혈 과정에 환자 혈액형과 다른 혈액 한 통이 들어간 것 같다. 그래서 환자를 중환자실로 내려 보내야 되겠다’고 얘기를 하시더라”고 밝혔다.

이어 당시 심경에 대해 “그날 밤에 담당 주치의 선생님께서 ‘굉장히 상황이 안 좋다. 먼저 주변의 가족을 다 부르는 게 좋겠다’고 말해 만감이 교차 했다”면서 “방송으로만 보던 의료사고 같은 걸 직접 겪으니까 자식 입장에서 적개심 같은 것도 생기고, 너무 기본이 안 된 (실수라) 화가 많이 나더라”고 토로했다.

병원 측의 해명에 대해선 “‘다른 걸 다 떠나서 왜 이런 실수가 일어났는지 알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자기들도 모르겠다. 조사를 해봐야 되겠다’고 (말해서) 너무 황당했다”며 “그렇게 말씀하시고 정확하게 구체적인 답변을 안 해 주시더라”고 전했다.

당시 간호사가 인공관절 수술을 받을 3명의 환자의 혈액을 냉장고에다가 넣어놨는데 실수로 다른 환자의 혈액을 꺼내서 의사한테 갖다 줘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진행자의 설명에 “저는 지금 그런 사건사고 경위에 대해 공식적인 답변을 들은 바가 하나도 없다”면서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하는데 경위에 대해서는 말씀을 안 하시더라”고 밝혔다.

끝으로 “사람 생명을 다루는 쪽에서 일을 하시는 분들이 기본적인 걸 안 지키면 결국에는 환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면서 “직업의식이라든가 소명의식을 조금 더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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