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 토목직 공무원 10명이 상습적인 골프 접대를 받고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거나 자체 징계를 받았다. 국무조정실이 이들의 비위 사실을 적발해 도에 넘겼다. 하지만 공직 비위 사건 때마다 엄중한 처벌을 강조해 온 도는 이들 가운데 일부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데 그쳐 비리 척결 의지를 의심 받고 있다.
충남도와 국무조정실 등에 따르면 종합건설사업소장을 지낸 A 씨(4급)는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제주 등지에서 한 업자에게서 123차례의 골프 접대와 3000만 원가량의 금품을 받았다는 제보가 접수돼 수사를 받고 있다. 이 업자는 국무조정실 조사에서 골프 접대를 위한 제주행 비행기 표와 A 씨의 골프장 별칭, 금품 제공 당시의 정황 등을 구체적으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처음 조사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이 업자는 사실과 달리 자신이 지난해 국무조정실의 충남도 감사에서 관급공사 로비로 조사를 받는 것처럼 A 씨가 공식석상에서 말한 데 대해 항의하고 정정을 요구했으나 묵살당하자 제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도는 A 씨가 이들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지만 123차례 가운데 80여 차례에 대해 소명을 하지 못하는 데다 중앙정부 로비 명목으로 업무와 관련된 8개 시군 공무원에게서 1400만 원을 받은 사실이 확인되자 직위해제한 뒤 3월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A 씨는 이 밖에 강원 속초 지역에 14억 원 안팎(지난해 이 금액으로 매물로 나왔음)의 펜션을 운영하면서 업무상 알고 지내 온 업자에게 부탁해 6400만 원 상당의 수영장을 조성했지만 공사비를 제대로 갚지 않아 뇌물성 공사 의혹도 받고 있다.
충남도 관계자는 “A 씨가 공사비를 모두 주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계좌로 지불한 금액은 500만 원뿐이고 나머지는 직접 현금으로 주었다고 소명했고 일부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B 씨(6급)는 2009년부터 최근까지 관련 업자로부터 10차례에 걸쳐 2000만 원을 받았다는 혐의 가운데 200만 원을 받았다고 인정해 역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C 씨(6급)는 2011년 공주시의 탄천산업단지 진입도로 공사를 감독하면서 공사 업체가 아직 완공하지 않은 부분에 대한 공사비(1억6000만 원)를 미리 지급했다가 적발됐다. 그는 공사비를 미리 받은 이 업체가 부도를 내는 바람에 다른 공사비를 받지 못한 하도급 업체 등이 항의하자 부하 직원과 3000만 원씩 6000만 원을 마련해 민원을 무마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관련 분야에서 20여 년을 일한 공무원이 단순 실수로 공사비를 미리 지급했을 리 없고 사비를 털어 업자들의 민원을 무마할 정도라면 다른 사정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도는 C 씨에 대해 처음에는 견책과 감봉 3개월의 징계 처분을 했다가 업무 미숙으로 빚어진 일로 보이는 데다 사비를 털어 책임을 졌다면서 징계라고 보기 어려운 ‘불문 경고’로 징계 수위를 크게 낮췄다.
도는 국무조정실이 넘긴 10명 가운데 A, B 씨 등 2명은 검찰 수사를 의뢰하고 나머지 2명은 경징계, 6명은 훈계 처분하면서 2, 3차례에 걸쳐 직무 관련자와 골프를 친 사실이 확인된 공무원들마저 경징계 처분한 것으로 밝혀졌다. 도는 대규모 공무원 골프 접대 사건 등으로 2013년과 2014년 연이어 국민권익위원회 청렴도 평가에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최하위로 평가받자 직무 관련자와 단 한 차례만 골프를 쳐도 엄중히 처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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