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살인마’ 정두영, 사다리 탈옥 시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9일 03시 00분


8월 대전교도소서 성공직전 잡혀
작업실서 전선 등 이용해 오랜기간 4m 사다리 만들어
철조망-감지센서 담장 2개 넘어 높이 5m 마지막 담장 오르다 추락

 
부산·경남 지역에서 9명을 살해하고 사형이 확정된 ‘희대의 살인마’ 정두영(47)이 지난달 대전교도소에서 탈옥을 시도하다 붙잡힌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교도소 내 작업장에서 탈옥 물품을 치밀하게 준비한 것은 영화 ‘쇼생크 탈출’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28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정두영은 지난달 8일 오전 7시경 교도소 내 작업장에서 몰래 만든 4m 길이의 사다리를 이용해 담을 넘다 발각됐다. 실제 교도소를 벗어났다면 대전 및 충청 지역의 시민들이 큰 위험에 빠질 뻔한 순간이었다.

 대전교도소에는 군대 외곽 펜스처럼 담장이 안쪽부터 외곽까지 3중으로 설치돼 있다. 정두영은 작업장 창문으로 모포 등을 던져 충격 완화를 위한 안전을 확보하고 사다리를 걸어 철조망이 설치된 1차 담벼락을 넘었다. 교도관은 정두영이 첫 번째 담으로 접근하는 것을 확인했으나 그때까지는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상태였다. 정두영은 감지센서가 설치된 2차 담장도 사다리를 대고 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높이 5m가 넘는 콘크리트 3차 담장에 사다리를 대고 기어오르다 전선 등을 감아 만든 사다리가 휘어지면서 2, 3차 담벼락 사이로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감지센서가 울리면서 교도관이 2, 3차 담벼락 사이에 있던 정두영을 즉각 붙잡았다.

 정두영은 자동차업체 납품용 전선을 만드는 작업실에서 전선 등을 이용해 탈옥 도구인 사다리를 몰래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소 측은 정두영이 오랜 기간 4m 사다리를 만드는 것을 파악하지 못해 이에 관한 책임 소재도 논란이다.

 정두영은 1999년 6월부터 2000년 4월까지 부산과 경남, 대전 등지에서 23건의 강도·살인 행각을 벌였다. 철강회사 회장 부부를 비롯해 9명을 살해하는 등 잔혹한 범행을 저질렀다. 정두영은 금품을 훔치다 들키면 망치 등으로 잔혹하게 목격자를 살해했고 살해 동기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내 속에 악마가 있었던 모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두영은 2000년 12월 부산고법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뒤 상고를 포기하고 현재 사형수로 수감 중이다. 2004년 21명을 살해한 유영철의 롤모델로 알려졌다. 유영철이 검찰 조사에서 “정두영 연쇄살인 사건에 대한 월간지 보도를 보고 범행에 착안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정두영#사다리#탈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