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안치환이 부른 ‘가을 은행나무 아래서’의 가사처럼 은행나무는 가을의 상징이다. 은행나무가 줄지어 서 있는 남산 소월길과 중구 정동길은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이자 중국인 관광객(유커·遊客)의 필수 여행 코스다. 대기오염의 주범인 아황산가스와 이산화질소, 미세먼지 등을 흡수하는 능력도 뛰어나 도심 가로수로 제격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현재 서울에 심어진 가로수 30만3144그루 중 은행나무가 11만3173그루(37%)로 가장 많다.
하지만 은행나무가 많아지면서 얼굴을 찡그리는 사람도 늘고 있다. 차량과 사람들이 떨어진 열매를 밟으면서 심한 악취가 나고 인도가 지저분해지기 때문이다. 보다 못한 서울시는 불쾌감을 호소하는 시민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은행나무 열매 처리 종합대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우선 열매를 맺어 냄새를 유발하는 ‘암나무’ 3만1034그루를 순차적으로 이전한다. 시민 통행이 많은 지하철역 출입구나 버스정류장, 횡단보도 주변의 암나무를 통행이 적은 녹지대로 옮기고 그 대신 ‘수나무’로 바꿔 심을 예정이다. 수나무는 열매가 열리지 않기 때문에 냄새가 발생하지 않는다. 서울시는 2011년 국립산림과학원이 개발한 ‘유전자(DNA) 성(性) 감별법’을 통해 시내에 심어진 모든 은행나무의 암수 구분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했다.
열매가 떨어지기 전 미리 채취해 악취 발생을 차단하는 계획도 세웠다. 다음 달 14일까지 25개 자치구마다 설치된 가로수관리청의 기동반을 투입해 열매를 채취한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각 자치구에 보조금 1000만 원씩을 지급해 장비 구입과 용역비 등을 지원한다. 수거된 열매는 중금속과 잔류 농약 등 안전성 검사를 마친 후 경로당과 사회복지시설 등에 기증한다. 악취로 인한 민원이 접수되면 24시간(근무일 기준) 안에 구청 기동반원이 현장으로 출동해 열매를 수거할 계획이다. 악취 제거를 원하는 시민은 120 다산콜센터나 25개 자치구 공원녹지과(푸른도시과)에 전화로 신청하면 된다.
은행 열매 수확을 직접 체험하고 싶어 하는 시민들을 위해 다음 달 자치구별로 시민 참여 프로그램도 진행할 예정이다. 최광빈 서울시 푸른도시국장은 “은행나무는 관리가 쉽고, 공해에 잘 견뎌 과거 도시 개발 시기에 많이 심었다”며 “앞으로는 수종을 개편하고 나무에 무리가 가지 않는 진동수확기를 도입하는 등 조경정책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