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 사립학교 법인의 18.0%가 만 8세 이하 자녀를 양육할 때 쓸 수 있게 법으로 보장된 육아휴직을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적으로 ‘교사는 애 키우기 쉬운 직업’이라는 인식이 있다. 일반 회사와 달리 국공립학교는 육아휴직을 자녀 1명당 최대 3년씩 쓸 수 있어서다. 하지만 일부 사립 법인은 구시대적인 정관을 유지하고 있어 사립학교 교사들은 육아휴직을 제대로 못 쓰는 사례가 많다.
본보가 2일 서울 사립 법인 122곳이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에 올린 정관 중 육아휴직 관련 규정을 처음 분석한 결과 18.0%(22곳)가 법을 어기고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는 자녀의 나이를 축소했다.
사립학교법 제59조에는 ‘만 8세 이하(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임용권자는 휴직을 명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는 국공립 교사는 물론이고 모든 사업주에게 적용된다. 다만 사립학교 교사는 육아휴직 기간과 처우가 정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달라진다. 국공립 교사가 ‘휴직 기간은 자녀 1명에 3년 이내’ ‘육아휴직수당은 월 봉급액의 40%’를 법으로 보장받는 것에 비하면 대부분 혜택이 적다.
정관 분석 결과 A법인은 ‘휴직 신청 당시 1세 미만인 자녀에 한한다’고 규정해 육아휴직 신청을 제한하고 있었다. ‘만 6세 이하 자녀’나 ‘6세 미만 자녀’로 축소한 곳도 17곳이었다. ‘여교원이 임신 또는 출산하게 된 때’라고만 규정해 육아휴직을 쓸 수 없는 곳도 3곳이었다.
법 위반은 아니지만 육아휴직수당을 아예 주지 않는 법인은 5.7%(7곳), 주는 기간을 1년으로 한정한 곳은 16.4%(20곳)였다. 육아휴직 기간을 1년 이내로 제한한 뒤 여교원은 2년 또는 3년의 범위 내에서 연장할 수 있다고 한 곳은 각각 48.4%(59곳), 31.1%(38곳)였다.
이처럼 소극적인 육아휴직 규정 탓에 최근 4년간 사립학교 교사가 육아휴직을 쓴 평균 비율(1.1%)은 국공립 교사(5.9%)의 5분의 1 정도였다. 본보가 교육부를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사립학교 교사의 육아휴직 비율은 2013년 0.9%, 2014년 1.0%, 2015년 1.1%, 2016년 1.2%로 같은 기간 국공립 교사의 육아휴직 비율(각각 5.4, 5.8, 6.0, 6.2%)에 비해 낮았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기준 교사의 50.6%는 자녀가 2명 이상이지만 이 역시 국공립 교사에게 한정된 통계다.
한 사립고 교사는 “학교에 피해를 안 주려고 겨울방학에 만삭, 봄방학에 출산하도록 임신 스케줄까지 맞췄는데 기간제 교사 채용이 어렵다며 육아휴직을 못 쓰게 했다”고 말했다. 다른 교사는 “대부분 아이를 낳자마자 바로 복직하고, 눈치 보며 육아휴직을 6개월 정도 써도 무급인 경우가 많아 그만두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일부 법인의 육아휴직 규정 위반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다. 본보가 문의하자 “만 8세 이하 육아휴직 규정을 지키지 않는 곳은 명백한 법 위반이니 시정을 요구하겠다”면서도 “끝까지 정관을 개정하지 않아도 교육청이 강제할 권한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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