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채용해주겠다”며 부하직원 돈 가로챈 갑질 상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3일 16시 34분


정규직 채용과 승진을 미끼로 부하 직원의 돈을 빌려 가로챈 직장 상사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부하 직원과 대리점주 등 4명으로부터 1억8500여만 원을 뜯어낸 보험회사 전 인사부장 김모 씨(48)를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보험사의 영업부장과 인사부장으로 근무하던 2013년 3월부터 이듬해 12월 사이에 부하 직원 및 대리점주에게 15차례에 걸쳐 총 1억8470만 원을 빌려 가로챘다. 자신과 일하다 다른 금융회사의 계약직으로 옮긴 부하에게는 "정규직으로 채용해주겠다", 인사 시즌을 앞둔 회사 직원에게는 "곧 부장 인사가 있다. 이번 기회가 중요하다", 대리점주에게는 "앞으로 계약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식으로 얘기하며 돈을 요구했다.

피해자들이 "빌려 줄 돈이 없다"고 버티면 이자율이 연 30%대에 이르는 제3금융권으로부터 자신이 대출을 받으면서 연대보증을 서게 하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향후 영업이나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어쩔 수가 없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김 씨에게 빌려준 6000만 원 때문에 아직까지 매달 217만 원씩 상환하느라 어려움을 겪는 피해자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 결과 입사 전 보험대리점을 운영했던 김 씨는 저조한 실적을 금융권 대출로 메웠다. 이때 늘어난 대출이 급여만으로는 갚지 못할 정도로 커지자 입사 후 급여는 물론 카드회사 현금서비스 등으로 돌려막았다. 하지만 추가 대출이 어려워지자 자신의 지위를 악용해 돈을 요구하는 '갑질'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범행이 발각된 뒤 김 씨는 회사로부터 권고사직을 당했다.

경찰 관계자는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불법행위를 뿌리 뽑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갑질 수사를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