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과컴퓨터 창업자인 이찬진 씨(오른쪽에서 네 번째)가 ‘전기차 전도사’로 나섰다. 올해 3월 제주도민이 된 뒤 전기차를 직접 운행하는 이 씨는 전기차 커뮤니티 회원들과 전기차 보급을 활성화하기 위한 포럼 등을 열고 있다. 전기차 커뮤니티 ‘EVwhere’ 제공
전기차를 모는 개인들이 뭉쳐 전기차 이용 활성화에 나섰다. ‘한글과컴퓨터’ 창업자인 이찬진 씨(51)를 주축으로 전기차 이용자의 커뮤니티 운영자들이 제주와 서울에서 잇달아 전기차 포럼을 연 것.
특히 제주 행사에는 전기차 운행자와 정부 및 기업 관계자 등 700여 명이 몰려 전기차 운행 경험을 공유하고 전기차 확산 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탄소 없는 섬’으로 만들겠다는 제주에서 전기차 논의를 활성화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이달 초 원희룡 제주도지사로부터 표창을 받는다. 최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이들을 만나봤다.
전기차 포럼은 이 씨가 주도적 역할을 했다. 이 씨가 올해 7월 전기차를 직접 운행하면서 전기차의 장점을 직접 체험했다. e커머스 기업 포티스를 운영하고 있는 이 씨는 제주와 서울을 오가며 생활하다 올해 3월 주소지를 아예 제주로 옮겼고, 제주도민의 혜택(보조금)을 받아 현대자동차의 아이코닉 일렉트릭을 구매한 것.
“전기차를 실제로 타보니까 ‘가다가 서버린다’ ‘언덕을 오를 때 뒤로 밀린다’는 말이 사실이 아닌 걸 깨달았죠. 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전기차를 모는 이용자 입장에서 주행 경험이 어떤지, 전기차 활성화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등을 널리 알려 전기차 확산의 토대를 쌓고 싶었죠.”
그는 ‘제주전기차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기존의 전기차 커뮤니티인 EVwhere의 김재진 대표(40)와 김성태 전기차시민연대 대표(40) 등과 의기투합해 ‘판’을 키워 보기로 했다. 첫 장소로는 ‘탄소 없는 섬 2030’을 추진 중인 제주를 택했다. 행사명은 전기차(EV·Electric Vehicle)와 사용자(User), 포럼(Forum), 페스티벌(Festival)을 합한 ‘이버프(EVuff)’로 지었다. 버프가 게임 캐릭터의 능력치를 일시적으로 증가시킨다는 뜻을 염두에 두고 전기차 확산을 북돋겠다는 의지도 담았다.
“일반 차량의 경우 월 운행비가 30만 원(200km를 달릴 경우) 들지만 전기차는 3만 원이 들어 10%로 대폭 낮출 수 있죠. 자동차 엔진이 없는 특성상 차량 운행에 따른 소음이 전무하고 승차감도 안락해요.”(김재진 씨)
“무엇보다도 매연을 내뿜지 않는 친환경 차량이라는 점이 장점이죠. 전기차를 모는 즐거움을 다른 사람들도 느껴 봤으면 좋겠어요.”(김성태 씨)
커뮤니티 회원 등 200여 명은 수시로 단체 메시지 등을 통해 의견을 교환하며 한 달간 행사를 준비해 지난달 3일 ‘이버프@제주’를 성황리에 치렀다. 지난달 23일 서울에서 열린 ‘이버프@서울’에서는 서울시의 허가를 받아 각자의 전기차를 끌고 한시적으로 남산에 오르기도 했다. 남산에는 일반 차량 출입이 금지됐지만 최근 관광버스 출입은 예외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매연이 없는 전기차는 정작 남산에 못 올라가지만 매연을 내뿜는 관광버스가 남산을 다니면서 공기의 질이 나빠진 걸 꼬집기 위한 것이었다.
이 씨는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는 못해도, 가능한데도 각 그룹 간 소통이 원활하지 못해서 풀리지 않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게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 관행적으로 아파트에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하려면 이웃들의 동의를 받아야 해서 승낙을 얻기 쉽지 않은 상황. 이들은 관련법에 대한 법률 검토를 하고 있다.
“좋은 경험을 하는 사람은 계속 성장하고 잘해 나가잖아요. 전기차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도 긍정적으로 바꿔서 전기차 인프라도 성장했으면 합니다.”(이찬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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