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취재차 한 회사의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전혀 모르는 사이인데도 싫은 기색 하나 없이 잘 응대해 줬습니다. 고마운 마음이 든 것도 잠시. 이 관계자는 카카오톡으로 기자에게 “기사에 ○○○의 이름 언급을 부탁한다”며 커피 모바일상품권(기프티콘)을 보내왔습니다.
김영란법 시행과 상관없이 이 같은 어처구니없는 청탁은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지만 보내진 기프티콘은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선물함에 보관돼 버렸습니다.
그때부터 범법자가 된 느낌이었습니다. 명확하게 청탁 거절 의사를 밝히고자 했지만 ‘기프티콘 거절하기’ 메뉴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에 상대방에게 “공직자에 해당하는 기자에게 기사 작성을 부탁하면 청탁에 해당돼 처벌받을 수 있다”고 직언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커피 한 잔도 안 되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일반인들의 김영란법 인식 수준을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기자가 난색을 표하자 상대방은 그제야 취소 처리에 나서 주었습니다. 훈훈할 수도 있던 관계가 민망한 사이로 끝나게 된 겁니다. 차라리 연락을 안 했던 게 나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취소 처리는 됐지만 선물함에 상대방이 보내온 찜찜한 흔적이 남아 있거든요.
더 나아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상대방이 청탁과 함께 선물을 보내고 들어주지 않을 땐 신고하는 식으로 골탕 먹이려 들면 피곤해지겠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카카오 측에 이 같은 고충을 전했습니다. 기프티콘 거절하기는 연내 도입된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왜 서둘러 못하는지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그 전까지는 상담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취소를 해야 한답니다. 상담원과 통화를 하려니 20여 분 만에 연결이 되더군요. 이렇게 취소했음에도 선물함에 흔적은 남았습니다. 기프티콘 거절하기는 기술적으로 어려워 보이지 않는 만큼 서둘러 진행했으면 합니다. 저처럼 불편한 관계가 더 생기길 바라지 않으니까요.
이왕이면 카카오에 제언도 하나 하렵니다. 선물 구매자에게 주의를 줄 수 있도록 ‘공직자에게 선물을 보내고 청탁을 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문구도 넣어 달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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