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내각이 출범한 후 히라누마 다케오(平沼赳夫) 당시 경제산업상은 ‘2004년까지 대학발(發) 벤처 1000개를 만들겠다’는 일명 ‘히라누마 플랜’을 발표했다. ‘잃어버린 10년’을 마감하고 정보기술(IT) 분야에서 미국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산학 협력을 통한 오픈 이노베이션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일본 정부는 이를 위해 기업 설립 때 300만∼1000만 엔이던 최저 자본금을 1엔으로 과감하게 낮췄다. 갖가지 규제를 없애고 창업자금을 지원하는 등 총력을 기울인 끝에 목표를 달성했다. 대학발 벤처 수는 계속 늘어 지난해 기준으로 1773개에 달한다.
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면서 다소 부진했던 대학 벤처 지원은 2012년 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집권 이후 다시 본격화했다. 아베 내각은 기존 벤처 지원 정책이 ‘양’을 늘리는 것에 치우쳤다고 보고 ‘질’에 초점을 맞췄다. 벤처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토대를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먼저 장기적인 시야로 투자할 벤처캐피털(VC)이 활성화되지 않은 탓에 대학 벤처가 성장하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쿄대와 교토대 등 4개 국립대에 1000억 엔(약 1조1000억 원)을 출자해 VC를 만들도록 했다.
또 문부과학성은 2014년부터 글로벌 기업가 육성 촉진(EDGE) 프로그램을 만들어 대학 연구자의 연구 성과를 사업으로 연결시킬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도쿄대의 경우 사업계획서를 작성한 후 실리콘밸리에 가 투자자들 앞에서 직접 발표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일본벤처대상’을 만들어 총리가 직접 상도 준다.
정부가 앞장서면서 자체 연구개발(R&D) 위주였던 대기업도 대학 및 벤처와의 제휴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됐다. 가가미 시게오 도쿄대 이노베이션추진부장은 “5년 전까지만 해도 기업 모임에서 대학 벤처에 대해 강의하면 ‘응원한다’는 정도의 반응이었지만 지금은 벤처와 손잡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분위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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