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9시경 서울 지하철 4호선 미아사거리역 2번 출구 앞. 출구를 빠져나와 인근 술집으로 향하던 직장인 고모 씨(26)는 출구 근처를 두리번거리다 바로 오른쪽 골목으로 향했다. 고 씨는 지하철 출입구 반경 10m 바로 바깥에 위치한 이곳에 잔뜩 쌓여 있는 담배꽁초 더미를 보고는 담배를 입에 물었다. 고 씨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출구 근처 대신 이곳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어 신경 쓰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달 1일 서울 시내 지하철 출입구 금연구역(10m 이내) 위반 행위 적발이 시작된 지 약 한 달이 지났지만 동아일보 취재진이 4일부터 이틀간 서울 시내 4곳을 관찰한 결과 10m 이내 흡연 행위는 가장 가까운 골목에서 담배를 피우는 ‘코너 흡연’으로 고스란히 바뀌어 있었다.
좁은 골목에 흡연자가 늘면서 시민들은 여전히 피할 수 없는 담배 연기에 노출돼 있었다. 약 3m 폭의 미아사거리역 인근 골목에서 30분 동안 담배를 피우고 간 사람은 50명이 넘었다. 주부 이모 씨(24)는 “이전에는 출입구 근처 공터에서 피우더니 이제 이곳이 ‘흡연구역’이 됐다. 오히려 연기를 피할 수 없어 더 불편해졌다”고 말했다.
5일 오전 11시 2호선 신림역 3번 출구 금연구역 바로 바깥에 위치한 골목에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끊이지 않았다. 인근 편의점 직원 조모 씨(38)는 “지하철 출구와 가깝다 보니 사람들이 이 골목에서 담배를 많이 피워 주말에는 청소를 하면 쓰레기봉투가 담배꽁초로 한가득 찰 정도”라고 말했다. 1호선 영등포역 6번 출구와 가장 가까운 골목에 있는 한 식당 주인 최모 씨(59)는 “출입구 흡연 단속 이후 식당 주변에 흡연자가 몰려 자비를 들여 식당 바깥에 철제 울타리도 세웠다”고 말했다.
흡연자들은 일방적 금연 대책에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회사원 한모 씨(28)는 “나 역시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게 싫다. 떳떳하게 담배를 피울 수 있는 흡연 공간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진모 씨(22)도 “흡연 자체가 범죄도 아닌데 숨어서 피워야 하는 게 말이 되냐”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금연 전문가들은 지하철 출입구 10m 이내는 비흡연자들이 드나드는 공간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풍선효과’보다 순기능이 크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기영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어린이 등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최소한의 공공장소에 금연을 적용한 것”이라면서 “흡연 부스나 실내 흡연구역 등을 설치하자는 주장은 세계적인 실내 금연 추세와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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