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자본 4조 원대를 유치해 첨단 도시를 건설하려는 인천 서구 검단스마트시티 예정지에서 6일 토지 정비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김영국 채널A 스마트리포터 press82@donga.com
중동에서 4조 원대의 오일머니를 유치하려는 유정복 인천시장의 제1호 외자유치 사업인 ‘검단스마트시티’ 성사 여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난 2년간 수차례 무산 위기를 넘기고 사업 기본협약서 체결을 앞둔 상태였지만 토지매매 조건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채 팽팽한 줄다리기가 거듭되고 있다.
5일 오후 유 시장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국영기업인 두바이홀딩스의 무함마드 알 게르가위 회장(UAE 내각장관 겸 미래장관)은 인천시내 모 음식점에서 만찬을 갖고 막판 협상을 벌였다. 인천시 관계자는 6일 “만찬 협상을 통해 1개 항을 제외한 쟁점 현안을 합의했다. 협상이 진행 중인 만큼 미합의 쟁점을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협상을 주도하는 인천도시공사와 스마트시티코리아는 기본협약서 체결을 앞두고 4일 토지매매가 등 주요 현안을 합의했지만 이행보증금, 개발비 부담 주체 등 부대 조건을 놓고 날 선 대립을 보였다. 먼저 두바이홀딩스가 이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을 경우 사업구역(470만 m²) 토지가의 10%에 해당하는 이행보증금 2600억 원을 12월 말까지 내도록 하는 조항이 발목을 잡았다.
공사 측은 사업 추진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이행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기로 했다. 두바이홀딩스 측은 “공사 요구 수준에 맞춰 토지가와 기회비용(이자부담금 등)을 수용했는데 보증보험증권도 아닌 현금으로 2600억 원을 2개월 이내에 마련하라는 것은 무리한 주문”이라고 맞섰다. 게르가위 회장은 유 시장과의 최종 담판에서 이행보증금 지급 시기를 한두 달 연기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구역의 도로, 통신 등 기반시설 투자비 조달을 둘러싼 공방도 치열하다. 검단스마트시티는 쇼핑센터와 5성급 호텔, 금융센터가 들어설 랜드마크 구역을 비롯해 전시장 및 다용도 공연장 등의 에듀테인먼트 구역, 학교시설 등 지식단지 구역, 병원 및 헬스케어 클러스터 등 퓨처테크 구역, 비즈니스 상업구역, 주거단지로 꾸며진다. 이들 시설 공사가 본격화되기 전 도로와 통신 등 기반시설 조성을 위해 6000억 원이 2017년부터 투입돼야 한다. 공사 측은 개발자인 두바이홀딩스의 선투자를 요청하고 있다.
스마트시티코리아 관계자는 “경제자유구역 지정 등 핵심 조건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행보증금과 기반시설비 1조 원가량을 미리 투자하라는 조건은 합리적 상식을 뛰어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인천도시공사 측은 “검단신도시 토지보상금 등 4조3000억 원을 이미 투입해 매일 3억 원 이상의 이자를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두바이홀딩스가 확실한 투자조건을 제시해야 토지 매매가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측이 토지매매 조건을 모두 합의하더라도 검단신도시 지정 취소 후 경제자유구역 재지정을 정부로부터 승인받아야 하는 까다로운 절차가 남아 있어 본계약 체결까지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다. 스마트시티사업 추진이 무산될 경우 10년간 지체된 검단신도시 개발사업이 장기 표류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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