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명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뒤 장소를 옮겨가며 플래카드와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면 이를 기자회견으로 봐야 할까, 집회로 봐야 할까. 법원은 집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광주지법 제3형사부(부장판사 김영식)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30만 원을 받은 A 씨(72)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9일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5월 18일 광주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입구인 민주의 문 앞에서 일행 7명과 함께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뒤 묘역 내 광장으로 자리를 옮겨 20분 동안 플래카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제창하는 등 미신고 집회를 개최한 혐의로 기소됐다. A 씨 일행은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007년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건물을 허무는 정책 결정에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며 '문재인은 각성하라' 등의 구호를 제창했다. A 씨 등은 문 전 대표의 국립 5·18민주묘지 참배를 반대한다며 이 같이 행동했다.
A 씨는 재판에서 당시 상황이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되는 옥외 기자회견이었던 만큼 검찰의 기소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공소권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정치인들도 플래카드를 들고 구호를 외친 사례가 있었으나 처벌받지 않았다고도 했다. 기자회견은 신고하지 않아도 되지만 집회, 시위를 주최하려면 최소 48시간 전에 관할 경찰서에 집회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재판부는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할지라도 그 방법과 참가자 수, 사용한 물건, 장소 이동 등을 고려하면 A 씨 등의 행동은 일반 시민들에게 전달되도록 할 의도로 의사를 밝힌 것"이라며 "이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는 옥외집회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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