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4시경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앞 도로는 한산했다. 평소 휴일보다 도로를 달리는 화물차가 적었다. 화물연대 부산지부 측 선전용 차량이 음악을 틀며 방송 상태를 시험하기도 했다. 부두 앞에는 10일부터 시작되는 화물연대 총파업의 선전용 플래카드가 3개 걸려 있었다. 인근 감만부두 앞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일부 화물차는 갓길에 주차를 하다 교통경찰에 단속되기도 했다. 화물연대 부산지부는 조합원들에게 가능한 한 8일까지 모든 업무를 마무리하고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사이 도로 양쪽에 화물차를 주차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 “무한 증차” vs “명분 없는 파업”
화물연대 총파업을 앞두고 전국 항만과 터미널 곳곳에선 전운이 감돌았다. 화물연대는 정부가 8월 30일 발표한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을 폐기하고 화물 노동자를 위한 법·제도 개선에 나설 때까지 파업을 벌이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화물연대가 특히 문제를 삼고 있는 것은 1.5t 소형 화물차에 대한 수급조절제 완화다. 화물연대 측은 지금도 낮은 운임과 중간 착취 등으로 장시간 위험한 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규제가 완화될 경우 자칫 화물차 공급이 무한정 증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화물차 차주의 차량을 운송사업자 명의로 귀속시키는 지입제를 폐지하고 표준운임제 법제화를 시행하라는 것이 화물연대의 핵심 요구다.
정부는 직영 차량 확보, 운전사 고용 등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만 증차가 가능하기 때문에 화물연대의 말처럼 ‘무한 증차’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반박한다. 오히려 2001년 7월부터 영업용 화물운전사에게 매년 약 1조6000억 원에 이르는 유가보조금을 지원해주고 있는데 또다시 파업을 펼치는 것은 집단이기주의라고 비판한다. 정부는 이번 파업을 일부 강경 지도부가 주도하는 ‘정치적 행동’이라고 규정하고 강경 대응할 방침이다.
○ 비조합원 참여 여부가 파업 분수령
정부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시작한 지 한 달이 흘러 급한 컨테이너는 대부분 처리한 만큼 일각에서 우려하는 육·해상 물류가 한꺼번에 마비되는 최악의 상황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한진해운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부산항은 이중고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컨테이너 화물의 75%가량을 처리하는 부산항은 목적지로 가지 못한 한진해운 선박들이 싣고 있던 컨테이너들을 대량으로 내려놓는 바람에 항만의 여유 공간이 빠듯한 상황이다.
향후 파업 여파는 화물연대에 속하지 않은 비조합원의 참여 여부에 달려 있다. 1만4000대에 이르는 화물연대 조합원 차량은 대부분 5t 이상 대형차들이라 국내 전체 화물차(43만7000여 대)의 3.2%에 불과하다. 비조합원의 파업 참여율이 낮았던 2012년(26.4%) 수준으로 파업이 전개될 경우 994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의 수송 차질이 예상된다. 반면 비조합원이 파업에 적극 참여해 운송거부율이 71.8%에 달했던 2008년 파업 수준으로 전개될 경우 수송 차질 물량은 3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화물 운행률을 떨어뜨려야 정부를 압박할 수 있다 보니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파업 때마다 이에 동참하지 않은 조합원이나 소형 화물차주들의 정상 운행을 조직적으로 방해한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화물연대는 이런 지적을 의식한 듯 이번 파업에 앞서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차주들의 정상 운행을 방해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정부는 화물연대의 파업 명분이 과거에 비해 떨어지는 만큼 비조합원의 참여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화물연대의 방해 행위가 재연되지 않도록 증거 수집을 강화하고 경찰 수사를 통해 적극 처벌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운송 거부가 장기화될 경우 화물연대 지도부에 대한 업무방해 혐의 적용도 검토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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