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쓰기, 듣기, 말하기. 초등학교 때 배웠다. 소통에는 네 가지가 있다고. 직장 혹은 가정에서 소통을 잘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듣기이다. 여기까지도 모두들 알고 있다. 좋은 리더십은 잘 들어야 한다는 뻔한 이야기를 한 번쯤은 들어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잘 듣는 리더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상사와 부하 직원이 함께 있는 회의나 회식 자리에 가 보면 그 자리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 대화의 대부분을 독점하는 경우가 많다. 부하 직원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여주고, 썰렁한 조크에도 웃어준다. 상사는 자신의 이야기에 부하들이 정말로 재미있어 하는 줄 알고 그 지루한 이야기를 더 길게 이어간다. 악순환은 계속된다.
하지만 리더 중에는 듣기가 중요한 것은 알겠는데, 도무지 어떻게 들어야 할지 잘 몰라서 고민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듣기란 상대방이 이야기하는 것을 잠자코 듣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적극적으로 듣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말을 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져야 한다. 즉 듣기의 기술이란 질문의 기술이다. 코칭에서는 다양한 질문의 기술들을 계발해 오고 있는데, 코칭 대화에서 널리 쓰이는 그로(GROW) 모델은 어떤 질문을 던지고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야 할지 궁금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목표-현실-선택-의지의 영어 단어 앞 글자를 딴 그로 모델에 대해 살펴보자.
첫째, 목표(Goal)에 대한 것이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도 나오듯 일을 추진할 때에는 끝을 생각하면서 시작해야 한다. 예를 들어 회의에서 어떤 프로젝트에 대한 논의를 할 때, 진행자 혹은 참여자로서 이 프로젝트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끝나고 나면 현재와 가장 달라지는 점은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을 던지거나 직원과 커리어 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면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에 대해 질문할 수 있다.
둘째, 현실(Reality)에 대해 묻는다. “현재 상황은 어떻지?” “지금까지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 오고 있지?” “목표 지점으로 가는 데 있어 현재 어떤 어려움이 있지?” 등과 같이 현재의 상황과 환경, 어려움과 지금까지의 진행 상황에 대해 질문을 하고 이야기를 듣는다.
셋째, 가고자 하는 목표와 현재 상황을 이야기하고 나면 선택(Options)과 관련한 질문을 던진다. “그럼 우리가 해볼 수 있는 시도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어떤 아이디어들이 있을까?” “다른 방법이 있을까?” “과거에는 혹은 다른 곳에서는 어떤 시도들을 했었지?” “어디에서 정보나 도움을 얻을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이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의지(Will)나 추진할 것(Way Forward)에 대한 질문이다. “그럼 우리가 살펴본 방법 중에 먼저 추진해야 할 것이 무엇일까?” “언제,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현실적으로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일까?” 등.
소통을 잘하고 싶은데 고민을 하는 리더들에게 보통 권하는 것이 직원과 1 대 1로 차 한 잔을 하며 질문으로 이야기를 끌어가 보는 것이다. 회의에서는 ‘전달사항’ 외에 묻고 싶은 질문을 세 개만 준비해서 활용해 볼 수도 있다.
언젠가 소통에 대한 강연을 부탁받고 강연 제목을 ‘커뮤니케이션 강의? 절대 듣지 말라!’라고 정한 적이 있다. 그 대신 질문지를 만들어 가서 옆 사람과 실제 소통을 하고 듣는 연습을 하도록 했다. 직장인이 소통에 대해 더 지식을 쌓아야 할 것은 거의 없다. 몰라서 못하는 것보다 알지만 하지 않은 것이 소통에는 더 많다. 오늘 만나는 사람에게 하나라도 질문을 하고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소통에 대한 책을 읽는 것보다 더 가치 있다.
“사람이란 본래 자기 말에 귀 기울여주고, 가치를 인정해주고, 의견을 물어주는 사람에게 보답하기 마련입니다. 그게 변하지 않는 사람의 본성이에요.” 베스트셀러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의 저자이자 세계 최고의 협상전문가인 스튜어트 다이아몬드의 이야기다. 나는 대화를 독점하는 리더인가, 아니면 부하 직원과 듣기를 통해 연결되는 리더인가. 꼰대들은 듣지 않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