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선학중 동아리 학생 20여명, 11월 200포기 무-배추 수확해 김장
학교 주변 홀몸노인들에 전달 계획
성기신 선학중 교무부장(오른쪽)과 3학년 학생들이 12일 학교 인근 텃밭에 심은 배추에 물을 주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선학중은 전교생이 340여 명인 도심 속 작은 학교다. 선학중 제공
“우리가 직접 씨를 뿌려 가꾼 무와 배추로 정성껏 김장을 담가 형편이 어려운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나눠 드리고 싶어요.”
인천 연수구 선학중학교의 동아리인 ‘학교 농장반’에서 활동하는 3학년 학생 20여 명은 요즘 수업이 끝나면 10여 분 거리의 텃밭으로 자주 달려간다. 지난달 파종해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무와 배추에 물을 주고 잡초를 뽑아주기 위해서다. 요즘 가을 햇살이 따가워지면서 30분 정도만 일해도 이마에 구슬땀이 흘러내린다.
하지만 다음 달에 200포기가 넘는 배추와 무를 수확해 선생님들과 함께 맛있는 김장을 담가 학교 주변의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 배달할 생각을 하면 흐뭇하기만 하다. 이창회 군(15)은 “친구들과 함께 틈이 나면 텃밭을 찾아 농작물을 살피고 있다”며 “김장 채소를 수확할 날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지난해부터 연수구가 운영하는 도심 속 텃밭을 분양받아 학생들이 직접 농사를 짓도록 하고 있다. 3월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을 일구고 친환경 퇴비를 뿌려 이랑과 고랑을 만들었다. 4월에는 학생들에게 6m² 규모의 밭을 맡겨 각각 재배하고 싶은 작물을 골라 심도록 했다. 6월 학생들이 밭에서 수확한 상추와 근대, 가지, 고추, 토마토 등을 전교생과 교사들이 점심시간에 먹으며 수확의 기쁨을 나눴다. 또 일부는 양로원을 찾아가 식탁에 올려 노인들이 드시도록 했다.
앞서 학생들은 5월부터 매주 토요일 2시간씩 선학동 주민자치센터 도시농부학교에서 농사법 수업을 들은 뒤 텃밭 실습을 했다. 도심에서 경험하기 힘든 모내기를 하는 등 12주 동안의 교육을 거쳐 수료증을 받았다. 성기신 교무부장(47)은 “학생들이 각종 채소를 심고 기르는 과정에서 농업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고, 인성을 가꾸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며 “28일부터 열리는 선학동축제에서 그동안의 경험과 느낀 점을 주민들 앞에서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인천시교육청이 ‘혁신학교’로 지정한 선학중은 전교생을 대상으로 4명이 한 팀을 이룬 ‘배움의 공동체’를 구성했다. 이 공동체는 교과 공부와 창의적 체험활동을 수행한다. 시민단체인 ‘연수구 교육희망네트워크’와 주민이 강사로 참여하는 방과 후 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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