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년 굳건한 첨성대처럼… 상처 딛고 활기 되찾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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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민 힘내세요”]
불국사 등에 평일에도 발길
외국인 관광객들 “안전 걱정없어”… 한때 줄었던 손님들 완연한 회복세

각계 이어지는 지원 손길
경제 5단체 “각종 행사 경주에서” 한전 15억 등 기업성금도 줄이어

“경주의 가을 너무 아름다워요” 경북 경주 지진이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난 13일 첨성대를 찾은 대만 관광객들이 진병길 신라문화원장(위쪽 사진 오른쪽)의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같은 날 불국사를 찾은 단체 관광객들이 다보탑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경주=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경주의 가을 너무 아름다워요” 경북 경주 지진이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난 13일 첨성대를 찾은 대만 관광객들이 진병길 신라문화원장(위쪽 사진 오른쪽)의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같은 날 불국사를 찾은 단체 관광객들이 다보탑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경주=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지진을 견딘 첨성대가 든든하게 느껴지네요.”

 13일 경북 경주시내 중심부에 있는 대릉원 첨성대 앞. 관광객들은 첨성대를 유심히 살펴보면서 오래 머물렀다. 경기도 수원에서 온 50대 관광객은 “첨성대가 강진에도 버텨낸 이유에 대한 기사를 읽고 와 보고 싶었다”며 “1300년을 이어온 첨성대처럼 경주시가 지진의 아픔을 이겨내도록 국민이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9·12 경주 지진이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난 이날 첨성대와 천마총 등 경주시내 주요 문화재가 있는 대릉원 주변에는 평일인데도 관광객들로 붐볐다. 대릉원 주차장에는 관광버스 10대를 비롯해 승용차로 가득했다. 한 식당 주인은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는데 마치 경주가 텅 빈 것처럼 알려져 속이 상한다”며 아쉬워했다.

 경주 황성초등학교 2학년 170명은 대릉원에 소풍을 나왔다. 학생들은 천마총을 둘러보고 첨성대 주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학생들을 인솔한 교사는 “경주를 찾는 관광객이 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학생들을 데리고 왔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대릉원을 많이 찾았다. 홍콩 관광객 26명은 부산을 거쳐 경주를 방문했다. 이들은 “지진 소식을 들었지만 특별히 취소할 이유가 없어 계획대로 여행을 하게 됐다”며 “고도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경주의 가을이 매력적이다”라고 말했다.

 친구 4명과 이날 대릉원을 찾은 대만 관광객들도 같은 반응을 보였다. 인쓰팅(印思정·21) 씨는 “뉴스를 통해 경주 지진을 알았지만 유적지 피해가 없어 불안하지 않다”며 “지진이 잦은 대만에 비하면 경주는 전혀 심각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보문관광단지 입구에 있는 동궁원(동식물원)의 주차장도 차량으로 가득했다. 동궁원은 보문단지의 인기 있는 관광지지만 9·12 지진 후 찾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 동궁원 관계자는 “경주관광을 살리자는 분위기가 알려지면서 관광객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5%가량 회복됐다”며 “예약문의 전화가 이어져 다음 주부터는 관광객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경북도와 경주시 간부들은 수학여행 등을 늘리기 위해 각종 단체와 시도교육청을 찾아 ‘경주 세일즈’를 하고 있다. 이날 서울의 무역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 5단체를 찾은 서원 경북도 문화관광체육국장은 “각 단체 임직원부터 경주 방문을 늘리고 행사도 가급적 경주에서 열기로 뜻을 모았다”며 “지진이 사실상 끝난 만큼 지나친 걱정을 하지 않도록 사회적 차원에서 관심과 애정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수학여행은 크게 줄었다. 필수 코스인 불국사는 시내권 관광지에 비해 관광버스를 보기 어려웠다. 경주시 관계자는 “특별재난지역 선포는 피해 복구에 도움이 되지만 재난지역으로 가는 관광버스는 여행자 보험 가업이 어려워 버스 운행을 꺼리는 현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전했다. 국민안전처를 중심으로 정부가 경주의 호텔과 유스호스텔 등 숙박시설을 점검한 결과 안전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문화재 피해 복구는 20%가량 진행됐다. 최근 폭우로 응급조치를 한 뒤 다시 정상복구를 하느라 시간이 걸린다. 진병길 경북문화재돌봄사업단장(경주 신라문화원장)은 “문화재 복구는 빨리 하는 것보다 꼼꼼하게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하므로 재촉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자원봉사를 문의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금 경주에 필요한 자원봉사는 경주 관광을 많이 하는 것”이라며 “함께하는 마음으로 경주를 보듬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주를 응원하는 성금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2일 청호나이스가 2억 원을 기탁한 것을 시작으로 한국수력원자력 5억 원, 코오롱 5억 원, 한국전력 15억 원, 서희건설 2억 원, 풍산 3억 원, 힐튼경주 1억 원, 태영그룹 1억 원, 대구시 2억 원 등 38억 원가량 모였다. 대한노인회는 13일 경북도에 성금 1000만 원을 맡겼다.

 경주시는 청소년이 즐겨 찾는 경주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유소년스포츠특구’를 정부(중소기업청)에 이달 중 신청할 예정이다. 지정 여부는 심사를 거쳐 12월쯤 결정된다. 경주에는 축구장 10개, 야구장 4개, 태권도 훈련장 등 체육시설이 36만 m² 규모이며 숙박시설도 풍부해 유소년 축구 및 야구대회 등 대형 체육행사가 연중 열린다.

 경주시가 청소년에게 관심이 높은 이유는 화랑 전통 때문이다. 내년에는 화랑체험벨트 등 청소년 중심의 체험시설을 완공할 예정이다. 최양식 경주시장은 “전국에서 경주를 응원하는 분위기가 확산돼 고마운 마음”이라며 “경주가 계속 사랑받을 수 있도록 시민들과 함께 관광객을 더 잘 맞이하겠다”고 말했다.

경주=이권효 boriam@donga.com·장영훈 기자
#경주#지진#활기#첨성대#불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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