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업무 실적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다가 회식 다음날 숨진 은행 센터장에게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강석규 부장판사)는 이모 씨(사망 당시 49세)의 부인 김모 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달라”면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1990년 은행에 입사한 이 씨는 탁월한 업무 실적으로 다른 동료직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르게 승진했다. 그러나 2013년 이 씨가 금융센터장으로 있던 A 지점이 연말 최종 평가에서 2등을 하면서 소속 센터 직원 다수가 승진에서 누락됐다. 이와 관련해 이 씨는 송별회 및 승진자 축하 회식을 했고, 집으로 돌아와 만취 상태로 잠을 자던 중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됐다.
이 씨의 추정 사인은 급성심근경색이었다. 부인은 ‘남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등을 청구했지만, 공단은 ‘업무 실적 압박 등은 오랜 기간에 경험한 통상적인 수준으로 판단된다’며 거절했다.
재판부는 “이 씨는 발령받은 지점마다 탁월한 업무실적을 달성해 은행 입사 동기들이나 나이에 비해 승진이 빨랐다”면서 “그 이면에는 지속적으로 업무실적에 대한 심한 압박감과 정신적 스트레스가 있었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이어 “이 씨는 숨질 무렵에 업적평가결과가 기대에 못 미쳐 심한 자책감에 사로잡혔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규근무 시간 내 업무 외에도 퇴근 이후나 주말에 고객관리 등 차원에서 잦은 술자리 등을 가졌던 탓에 적잖은 육체적 피로가 누적돼 왔던 것으로도 보인다”고 밝혔다.
또 “이 씨는 2013년 대사증후군 등 증상을 보였고, 하반기부터 가슴을 치며 답답해하는 협심증 증상을 나타냈다”며 “이 씨는 기존 질환을 가진 상태에서 업무실적에 대한 과도한 부담감 등으로 인해 육체적 과로나 정신적 스트레스가 누적됐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업무상 스트레스 등이 기존 질환을 급격하게 악화시키면서 이 씨가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다”며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댓글 0